'의사는 자동차 수리공과 같다. 수술대 위의 환자를 고장난 차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본다면 칼을 들 수 없을 것이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산다. 치료를 한다고 죽을 사람이 살아나는게 아니고 치료를 안해도 살 사람은 산다.' 그러나 요즘 의사들은 환자를 옆에서 지켜 주는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 환자의 고통에 인간적인 관심을 갖기보다 죽음을 연기하는 데 힘을 쏟는다. '내 당직날 시체를 볼 순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인 의사 버니 시걸의 '사랑+의술=기적'(이레, 황보석 옮김, 1만2천8백원)은 의료 행위의 '인간성 회복'을 촉구하는 책이다. 치유는 약물작용이란 물리현상이면서 신비로운 정신현상이란 주장이다. 병의 유발과 치유는 모두 마음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코넬의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여러가지 수술을 맡았던 외과의사의 저술이란 점에서 이채롭다. 그는 환자들이 하루종일 누워서 천장만 보는데 왜 천장을 아름답게 꾸밀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치료 과정에서 주사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기쁨을 느끼는 것도 긴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특히 살려고 하는 의지를 중시한다. 한 말기암 환자는 통계적으로 자신의 생존 확률이 제로임을 알았다. "나는 재정상담가로 통계에 입각, 미래를 예측하는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나는 죽는다고 돼 있군요.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내 모든 삶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자기 인생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선지 그는 곧 통계상의 예측대로 세상을 떴다. 그러나 저자는 정신력으로 자연 치유된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이때는 병과 싸우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실제로 암환자의 90%가 발병 직전 심각한 절망상태를 경험한 적 이 있다. 우울증은 부분적으로 죽음에 굴복하는 것이고 암은 세포 수준에서 겪는 절망이란 분석이다. 그러므로 항상 웃으면서 나날의 즐거움을 늘려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