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다시 살펴보는 대규모 전시회가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호암갤러리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조선목가구대전-나뭇결에 스민 지혜'전을 마련해 사방탁자, 문갑, 반닫이, 서안, 소반 등 명품 180여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별로 조명받지 못했던 전통목가구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갤러리측은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경기대 석좌교수와 박영규 용인대교수를 총큐레이터와 큐레이터로 각각 선임, 2년간 세심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출품작은 국ㆍ공립박물관과 사립미술관, 개인소장가의 도움을 받아 한 자리에 모은 것들로, 총 800여점 중 일부를 전시구성에 맞게 엄선했다. 전시는 사랑방, 안방, 부엌 등 공간별로 대표작을 분류해 생활 속에서 어떻게 미의식이 구현됐나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실제 크기의 사랑방 공간도 전시장에 재현됐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 전통목가구는 생활공간인 가옥 및 자연과의 조화를 으뜸으로 쳤다. 그리고 선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가구의 고고하고 단아한 품격과 아름다움을 즐겼다. 한국의 목가구가 중국, 일본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은 단순ㆍ간결함 속에 면분할을 구사하는 게 특징. 나뭇결의 미감을 최대한 살리고 부위간 균형과 비례의 조화도 정밀하게 꾀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그것은 자연미보다 인위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화려한 장식을 선호하며 짙은 칠을 덮어씌워나뭇결이 나타나지 않게 했다. 지방과 남녀 등에 따라 가구 형태와 문양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남성이 쓰는 사랑방의 경우는 선비의 고결한 기품을 살려주는 오동나무와 소나무 등 소재의 절제된 가구가 주로 자리했다. 반면 여성이 사용하는 안방에는 화사한 품격을 느끼게 하는 느티나무와 먹감나무 등으로 만든 장식적 가구가 놓였다. 전시에서는 선비의 문방생활에 꼭 필요한 서안, 연상, 문갑, 탁자, 책장, 필통 등이 두루 선보이며 이밖에 찬장, 찬탁, 반닫이, 약장, 궤, 뒤주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목가구들은 자연환경에 순응하면서도 독특한 멋을 즐겼던 조상들의 지혜와 미의식을 반영한다. 박영규 교수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의 나무는 가구로 쓰기에는 재질이 좋지 않다"면서 "그 약점을 강점으로 살려내는 슬기가 놀랍다"고 말한다. 나뭇결의 아름다움이 한 예. 계절 변화가 반영된 나이테와 무늬는 보기에 따라 또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목수는 이를 정교하게 이용해 명품으로 탄생시켰다. 나무를 조각조각으로 켜서 다시 결합한 면분할도 대체로 재질이 무른 나무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그 결과 온도와 습도의 차이에도 가구가 뒤틀리지 않았다는 것. 선과 면의 균형과 조화도 마치 날아가는 기러기의 대열처럼 아름답고 절묘했다는 것이다. ☎ 771-2381~2.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