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을 연상시키는 날씬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깔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키아 핸드폰,작고 예쁜 노트북의 선봉이 된 삼성전자 센스큐와 소니의 바이오.성능은 기본이고 예쁜 것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성공한 경우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의 조은정 박사(소비자학)는 설명한다. 소비 트렌드야말로 기업의 미래와 상품개발자 판매자를 이끌어줄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라는 것.소비 트렌드에서 고객의 잠재적 필요(니즈)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가 쓴 '한국이 15명의 시장이라면'(지식공작소,1만3천원)은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15가지로 정리하고 각각의 트렌드마다 사례와 트렌드의 정의,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는 힌트와 오류 등을 제시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붕괴되면서 사람들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원하게 된다. 인터넷 사이트에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기고 기업들이 고객 커뮤니티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예컨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나 새턴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제품을 산다기보다 공동체에 가입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고객간에 친구 같은 정이 흐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조 박사는 현대인의 외로운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고민공감 서비스'가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태평양화학은 지난해 1월 고객 1만2천여명의 의견을 모두 분석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피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맞춤화장품 '이니스프리'를 시판,한국경제신문사의 마케팅 대상을 수상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산업사회에서 매몰돼가는 자아를 되찾으려는 소비자들의 '나는 나' 트렌드에 맞춘 결과다. 이밖에도 조 박사는 '옛날이 좋았지''나도 부자이고 싶다''오염된 지구를 지켜라''키드짱''여자세상' 등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들을 분석,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마음을 알려면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생활의 다른 영역에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등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