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교향악단이 1993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내한공연(9-10일)은 월드컵을 축하하기 위해 KBS교향악단과의 교환연주회로 열렸다. 이번 공연에선 무엇보다 1996년부터 NHK향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샤를르 뒤트와가 과연 어떻게 음악을 요리해 줄 것인지,또 NHK교향악단과는 어떤 궁합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레퍼토리는 일본인들이 무척 좋아하고 즐겨 연주하는 빈 고전주의의 걸작 모차르트 교향곡 39번과 베토벤 교향곡 9번으로 NHK향의 베스트를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전반부에 연주된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은 차분하고 깨끗한 사운드지만 뭔가 열정이 부족해 보이는 음악이라는 일본 교향악단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악장과 현악 파트가 수차례 서로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후반부에 연주한 베토벤 9번 교향곡은 매년 연말에 NHK교향악단이 통과의례처럼 자주 공연하는 레퍼토리라 단원들이 눈감고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작품. 뒤트와는 커다란 음량보다는 NHK교향악단의 정밀한 조직력을 이끌어 내며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또 첼로 파트는 상당히 열정적이고 강한 데 비해 금관은 약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합창교향곡에서 요구하는 소리에 어울리는 솔리스트들이 출연,모두 악보를 보지 않고 암보로 훌륭하게 노래를 불러주었다는 점이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모차르트 테너로서 이름높은 우베 하일만의 존재감은 무척 빛났다. 작년 연말에 만족스런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서울 공연장에서 듣지 못했던 필자로서는 이 날 한국의 국립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한 공연에서 오래 간만에 만족스런 합창교향곡을 만날 수 있었다. 장일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