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엿새째를 맞는 제55회 칸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한국영화가 해외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로 세번째 칸을 찾은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예년에는 영화제가 끝날 무렵에나 계약이 성사되곤 했는데 이젠 영화제 기간에 외국 바이어들끼리 한국영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며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취화선」과 비평가 주간에 오른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등 이번 영화제에 무려 6편의 장-단편 한국영화가 초청된 게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힘이 됐다. 여기에 최근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 잇달아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나가고 「집으로…」가 미 파라마운트사에 수출되면서 입소문이 난 것도 한 몫을 했다. 홍콩과 일본 등지에서 한국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구매 열기를 부추겼다. 20일(현지시간) 필름마켓에서 단독 부스를 차리고 해외세일즈에 나선 국내업체는 미로비젼과 시네마서비스.CJ엔터테인먼트.이픽쳐스.씨네클릭아시아 등 5곳. 이밖에 영화진흥위원회가 별도의 한국영화홍보관을 마련해 홍보와 세일즈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영화에 대한 높은 구매열기속에 시네마서비스는「취화선」을 프랑스 최대 배급사인 `빠테'에 미니멈 개런티 약10만 달러에 팔았다고 밝혔다. 「취화선」은 25일 공식시사회가 잡혀있어 아직까지 마켓에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 「취화선」이 수상할 경우 보다 좋은 조건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팔릴 것으로 시네마서비스는 내다봤다. 정재은 감독의「고양이를 부탁해」는 영국에,「생활의 발견」「공공의 적」「피도 눈물도 없이」「정글쥬스」「서프라이즈」등 7편은 패키지로 태국에,「비천무」와 99분짜리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재편집된「화산고」는 브라질과 일종의 가계약인 딜메모를 체결했다. 또 씨네클릭아시아는「일단뛰어」와「울랄라씨스터즈」를 10만 달러에,「아이언팜」을 6만 달러를 받고 홍콩에 팔았다. 작년「조폭마누라」(8만)「엽기적인 그녀」(6만)「달마야 놀자」(9만 달러)에 비하면 가격도 상승한 편. 문혜주 국제부 이사는 "`엘리시움'이나 `마리이야기' 등 애니메이션과 `피도 눈물도 없이' 같은 액션물, `취화선' 등의 아트 영화 등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사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챔피언」. 현재 30초 남짓한 `맛뵈기'필름으로만 공개되고 있는「챔피언」은 6월28일 국내 개봉에 맞춰 미국 미라맥스.소니.콜롬비아사 등과 일본 및 홍콩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영문 자막으로 프리 스크리닝을 진행할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조폭마누라」가 300만 달러의 판매고를 거두었던 점에 비춰 `챔피언'도 그 이상의 기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창동 감독의「오아시스」역시 반응이 뜨겁다. 출품 일정을 맞추지 못해 칸에 신청서를 내지 못했던 「오아시스」는 올 9월께 열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칸마켓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이 투자한 다국적영화들이 거둔 성과. MBC프로덕션과 미로비전이 제작비를 댄 중국 류빙지엔의「크라이우먼」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이픽쳐스는 지아장커 감독의「언노운플레저」에 투자해 경쟁 부문에 목록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두 작품 모두 시사후 잇단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로비젼은 김의석 감독의「청풍명월」과「클래식」「스턴트맨」의 프리 세일과 해외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며,일본의 신세대 거장 구로자와 기요시의 신작「더 포레스트」의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사들이 잇달아 해외 유망 감독들의 작품에 투자자로 나선 것은 한국영화계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안정적인 제작비 회수와 해외네트워크 구축을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마다 외국 영화를 구입하기위해 칸 마켓을 북적대던 한국 바이어들이 올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아지면서 예술성을 앞세우는 칸의 영화로 더 이상 흥행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백두대간의 이광모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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