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출간된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34)의 에세이집을 보면 그간 국내 문단에서 쟁점이 됐던 '문학권력'의 폐해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지난 3월 동아국제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해 화제가 됐던 유씨는 이번에는 '문단'이란 냉혹한 경기장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마라톤 주자처럼 일본 문단의 병폐를 신랄히 비판한다. 자신의 뿌리찾기 여정과 사회 비평을 담은 유씨의 에세이집 「세상의 균열과 혼의 공백」(문학동네)의 마지막 장 '감시탑으로부터 감시당해'는 이렇게 시작된다. "평론가라는 존재는 가히 권력적이다. 그들은 언제 어떤 말을 해도 징계받지 않으며 어떤 허풍을 떨어도 문예와 관련된 작은 모임 안에서 특권을 가진 듯 행동할 수 있다". 유씨가 집중적으로 비판한 인물은 일본의 유력 문학평론가 후쿠다 가즈야(게이오대 교수). 유씨는 후쿠다 교수가 문예지 『신초(新潮)』에 기고한 '유미리 비평'을 반박, 그가 객관적인 문학관 없이 자신의 패밀리를 구성해 문단의 '증권회사 경영주'처럼 젊은 작가들을 매매한다며 맹공하고 있다. 또 몇 가지 실제 예를 들면서 후쿠다가 소설 자체에 대한 평가와는 별로 관계없이 개인적 관계의 친소와 질투에서 출발해 작가의 가치 하락을 노린 보복 행위를 일삼는다고 비판한다. 다른 평론가로부터는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얼굴만 봐도 시시껄렁한 소설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겠어. 얼굴이 제법 반반한데 누드 사진집이나 내지"라며 모욕당한 일화도 소개했다. 유씨는 논쟁을 위한 지면 할당에서 후쿠다와 자신을 차별 대우하려했던 『신초』편집부의 태도를 언급하면서 이제는 문예지에도 의지할 수 없게 됐으니 양식있는 작가들이 서로 협조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문단을 권력 및 상거래의 장으로 여기는 문단 정치꾼들의 횡포, 객관적인 텍스트 평가없이 자의적으로 작가를 깎아내리거나 추켜 세우는 문단 패거리주의 등의 폐해는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심각한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