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파도처럼 부단히 변동하는 거대한 운동체다. 그것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빛의 굴절,시간의 연장,파동과 입자 모두에 존재하는 빛 등에서 불일치를 발견해 내는 것만큼 불확실하고 운영하고 다루기 힘든 동체(動體)다. 일반적으로 경제 운영은 자연법칙적인 요인과 정책적인 요인에 따라 이루어진다. 전자는 파도의 움직임과 같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즉 수요·공급의 상호교류 물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을 유지해 나가도록 맡겨두는 측면을 말한다. 또 후자는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경제 주체들이 시장이 실패하는 요인들을 식별하여 사회 전체에 유익하도록 정책적으로 이끌어가는 측면을 나타낸다. 일국 경제에서 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축(軸)의 하나는 중앙은행 총재직이다.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움직임에 신비스럽고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에스트로 그린스펀'(밥 우드워드 지음,전철환 감역,한국경제신문,1만5천원)은 1987년 폴 볼커의 후임으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앨런 그린스펀을 둘러싸고 오늘까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운영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 경제 각료들과 백악관,그리고 FRB 및 금융시장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을 일목요연하게 알게 될 것이다. 또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영에서 독립성과 역량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그 수장의 지성,정책 이해도,신중함,정치적 기술과 매력 등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FRB 의장은 항상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균형을 찾아낼 수 있는 통화이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경제현상에 대한 예측력,지적인 분석력과 판단력 등을 지닐 때 존경받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FRB의 통제 하에 있는 재할인율과 연방준비금리(FFR)의 변동이 인플레이션,채권시장과 주식시장,실업률 등에 어떤 경로를 통해 영향을 주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린스펀 체제 하에서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해 왔다. 인플레이션과 임금은 크게 올라가지 않았으며,수익은 상승해 왔다. 그 이유를 그린스펀 의장은 적기의 금리변동정책과 노동생산성 증대에서 찾고 있다. 1998년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 신용(대출)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대하여 가계부도 위험이 노출되고 있는 한국 경제와 비교해 볼 때,금리라는 괴물을 다스려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을 이끌어온 빈틈없는 책략가 그린스펀을 다각도로 발가벗겨 놓은 점이 돋보인다. 저자 밥 우드워드의 해박한 경제 지식과 기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수려한 문체도 이 책의 매력이다. 거기에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충남대 명예교수)가 이 책의 번역을 감수해 보다 원문에 충실하고 실감있게 내용을 전달하도록 만든 것은 독자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본다. 모든 경제학도와,통화정책과 경제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의 일독을 권한다. 황의각 고려대 국제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