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에서 '나까마'들이 사라지고 있다. 나까마는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작품들을 중개하는 미술품 전문 브로커.이들은 골동품이나 서화 그림들을 화랑에 제공함으로써 미술품 거래를 음지에서 활성화시켜 온 '숨은 공로자'들이다. 하지만 미술 경기가 10년 이상 내리막길을 걸어온데다 최근들어 미술품 경매가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나까마는 미술 시장에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로 인식돼 왔다. 미술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좋은 작품 위주로 미술품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중개역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사동의 한 화랑 대표는 "컬렉터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요구해 올 때 이들에게 의뢰하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구해와 컬렉터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며 "이런 점에서 화랑과 나까마는 오랫동안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부정적인 측면은 유명 작가의 가짜 그림이나 도굴 골동품들을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시켜 미술계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이다. 나까마는 골동품 거래가 활발했던 1990년대 초만 해도 전국적으로 7백∼8백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상당수가 고미술품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다가 고미술품 시장이 90년대 후반 이후 크게 위축되면서 일부는 근·현대 미술분야로 전환했지만 미술경기 침체로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미술경매 시장 활성화가 나까마를 결정적으로 몰락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경매시장은 미술품 수요자와 공급자가 중개인 없이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인사동에서 20여년간 나까마로 활동해 온 이모씨(43)는 "대부분의 나까마들이 요즘 생계가 힘든 상황"이라며 "전업하고 싶어도 쉽지 않아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