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합시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대 종단의 지도자들이 8일 서울 필동 '한국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참석자는 서정대 조계종 총무원장과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김종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총장,최창규 성균관장,장응철 원불교 교정원장,김철 천도교 교령,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 이들은 성명서에서 "6·13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민주시민사회의 존립을 의심케 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특히 권력형 부정비리 사건이 거듭되고 이를 빌미로 여야 정치권 전체가 정쟁만 일삼고 있어 위기의식이 나날이 더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종교 지도자들은 월드컵 성공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정쟁을 즉각 중단할 것,정부는 최근의 부정비리 사건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해 불신을 해소하고 진실을 명백히 밝힐 것,나라 경제를 위해 노·사·정이 대화와 협력에 좀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보일 경우 종교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대 총무원장은 "지난 88올림픽 때 정치권이 정쟁을 중단한 적이 있으며 이번에도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만이라도 정치적 휴전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또 최창규 성균관장은 봉명조양(鳳鳴朝陽·아침 볕에 봉황이 울어 뭇 새소리를 제압한다는 뜻)이라는 옛 고사를 인용하며 "정치인도 경제인도 언론인도 제 역할을 못하는 이 때에 종교인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보자는 뜻에서 오늘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