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책은 많다. 노인들의 마음을 다룬 책은 거의 없다.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는 그래서 눈에 띄는 책이다.노년행동학 전문가인 사토 신이치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왜 노인들은 주변에서 말려도 운전대를 놓지 않는지, 왜 화를 잘 내고 쉽게 버럭하는지 등을 심리학 관점에서 설명한다.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이 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자존심이 상하고 자기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증명하려 한다.자동차 운전도 그런 행위다. 고령이 되면 체력이 떨어지고 외출도 힘이 든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전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일본 경시청이 75세 이상 운전자 1949명에게 물었더니 67.3%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저자는 “자기 효능감을 버리는 것이 고령자 씨에게 얼마나 저항감이 높은지 알 수 있다”고 했다.아이를 타이르듯 노인들도 잘 타일러야 한다. 능력 저하를 인정하라는 듯 비난조로 말하기보다 ‘운전은 이제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운전 대신 취미와 자치회 활동, 봉사 활동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노인이 사기를 잘 당하는 까닭도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있다. 그런 노인에게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와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면 노인은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선뜻 나선다. ‘이득을 본다’라는 말에 약한 것도 노인의 특징이라고 한다. 연금에 의지하는 이들
잠을 자도 피곤하고,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 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력이 약해서일까? 아니다. ‘호르몬의 힘’ 때문이다.세계적 내분비내과 전문의인 막스 니우도르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학센터 교수는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에서 이처럼 비만, 스트레스, 임신, 면역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건강에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뤘다. 책의 부제는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이다.공복일 때 생성되는 호르몬 ‘그렐린’은 체중 감소를 막는다. 이 호르몬은 과체중인 사람의 혈액에 유독 많고,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햄버거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한다면, 설정된 체중과 그렐린 농도가 공복 상황에서 자동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햄버거를 먹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진다.저자는 나이에 따라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호르몬으로 돌리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식욕 호르몬이 식습관을 망치기도 하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다시 식욕 호르몬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각각의 사례를 통해 호르몬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지를 명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이금아 기자
유창선 박사(64)는 평생 정치 이야기를 해 왔다.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신문과 방송, SNS를 넘나들며 정치 평론가로 밥벌이를 했다. 현실 정치활동에도 적잖게 관여했다. 그러는 사이 유 박사에겐 ‘1세대 대표 정치평론가’라는 별명이 붙었다.5년 전 받은 뇌종양 진단이 모든 걸 바꿨다. 대수술을 받고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다. 깜깜한 병실에서 편치 않은 몸으로 밤을 지새우는 그를 위로해 준 건 이어폰으로 듣는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이었다. 정치밖에 모르던 유 박사는 그렇게 예술에 빠져들었다. “그간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한 표정으로 무겁고 날선 얘기를 하며 살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오며 ‘이제 남은 생은 예술과 함께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은 유 박사가 지난 5년간 푹 빠져 살았던 문화예술 작품들에 관한 감상평이자 에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부터 임영웅의 콘서트, 김환기·장욱진의 회화, 임현정의 피아노 리사이틀, 한나 아렌트를 비롯한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최근 전시와 공연을 주로 다룬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다룬 부분에서는 공연 현장의 감동적인 분위기와 함께 자세한 뒷얘기도 전해줬다. 쉽게 읽히는 책이다. 예술에 입문하는 중년 남성이라면 특히 공감하며 읽을 만하다.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