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수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오페라 극장으로 변신했다. 부천 필이 마련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콘서트 때문이었다. 오페라 가수들이 턱시도를 입고 번갈아 가면서 무대에 등장,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갈라 콘서트와는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올라와 있지만 가수들은 실제 오페라 의상을 입고 연기와 노래를 하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었다. 이런 콘서트 오페라는 사실 유럽 무대에서는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번이 첫 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와 교향악 축제에서의 호연 등 믿음직스런 교향악단으로 성장하고 있는 부천 필에 대한 고전 음악팬들의 기대는 매우 커서 이날도 빈 좌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청중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오페라는 시작되었다. 상류층을 위한 이탈리아어 오페라를 작곡하다가 오스트리아 빈 시민들도 알아듣고 좋아할 수 있는 독일어 가사의 '징슈필'(연극처럼 대사 처리가 많은 희가극)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작곡한 모차르트의 의도처럼 이번 공연은 한국 청중을 위한 우리말 대사와 노래로 공연되었다. 연출가 백의현은 오케스트라를 역삼각형 모양으로 배치,양쪽 빈 공간을 무대로 활용토록 했으며 동시에 '마술피리'에서 대단히 강조되는 완벽의 수 3에 대한 강조를 자연스럽게 던져주었다. 가수진들은 모두 배역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고 의상도 색상이나 디테일이 매우 훌륭했다. 무엇보다 상임 지휘자 임헌정이 완급을 조절한 부천 필은 가수들과의 빼어난 호흡과 섬세하고 고급스런 색채로 청중들을 만족시켜 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인 가수는 새잡이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정록기.푸근하고 매력적인 음성의 소유자인 그는 잠시 우리 민요 '새타령'을 부르기도 하는 등 재치 있는 연기로 시종일관 청중을 웃게 만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그의 흠잡을 데 없는 가창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었다.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이은순은 종종 음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소프라노 신윤정은 자라스트로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밤의 여왕' 치고는 너무나 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부드럽고 포근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리릭 콜로라투라(가벼운 목소리로 빠른 기교의 최고음군을 노래하는 여성 가수) 기교로 청중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자라스트로 역의 베이스 유형광은 안정감 있는 저음과 풍부한 멜로디 라인으로 자라스트로의 위엄을 표현해 냈다. 공연 시간은 휴식시간 포함,세 시간에 육박했지만 빠른 진행과 수준 높은 음악에 청중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마술피리' 콘서트 오페라를 즐겁게 감상했다. 기획력이 돋보인 이번 부천 필의 오페라 '마술피리' 콘서트는 우리 음악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전기를 갖게 한 소중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 같다. 장일범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