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일주문-천왕문-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여느 전통 사찰과 달리 절 입구가 대웅전의 왼편,우정국로 쪽으로 나 있다. 해탈문도 대웅전 뒤편에 있어 제 위치가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면서도 이렇다 할 사격(寺格)을 갖추지 못한 셈.게다가 몇차례 거듭된 종단 분규로 인해 아름답고 고즈넉한 사찰 특유의 분위기보다는 폭력과 다툼의 현장으로 각인돼왔다. 이런 조계사가 확 달라지고 있다. 음식점이 즐비했던 도량 주변을 대폭 정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웅전 앞마당을 좀더 넓히고 아담하고 예쁜 토담을 쌓았으며 담장을 따라 키 큰소나무들도 심었다. 마당이 넓어진 만큼 7층 석탑도 뒤로 물렸으며 이 과정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과가 봉안돼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조계사는 또 종각에서 안국동에 이르는 조계사 앞길(우정국로)쪽 입구에 일주문을 세우기로 하고 이미 터를 확보해 놓았다. '부처님 오신 날(5월19일)' 이후 곧바로 착공해 이르면 올해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어디가 정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으나 일주문이 들어서면 바로 식별할 수 있게 된다. 절의 입지 여건상 전통적 사찰의 제모습을 완벽하게 찾기는 어렵지만 일주문만이라도 세우게 되면 어느 정도 사격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종권 다툼의 상징처럼 돼 있는 조계종 총무원 건물이 헐리고 종단의 총본산 구실을 할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이 들어선다. 지난 30일 기공식을 가진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은 지하 3층 지상 5층에 연면적 5천여평 규모의 철골조 건물로 내년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기념관 1층은 전통문화예술 공연장 등 다목적 홀,2층은 성보문화재실과 한국불교 역사실,3층은 한국불교문화정보센터,4∼5층은 법당 및 사무실로 쓰이며 지하층은 문화재 수장고 및 주차장이다. 현 총무원 건물은 기념관 완공 후 철거된다. 조계사는 이같은 외형적 도량정비뿐만 아니라 불교의 교리를 신도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선원 염불원 간경원 등의 수행원을 설립했다. '1인 1수행방편 갖기' 운동을 벌여 모든 신도들이 수행하는 삶을 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 조계사'를 지향하기 위해 오는 7일 첫 '조계사 포럼'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매달 포럼을 열 예정.조계사 포럼은 경복궁-조계사-인사동-북촌-창경궁으로 이어지는 종로의 역사문화 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시민단체 지도자,학계 및 전문가 그룹,문화예술인,불교계 인사 등이 참여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