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대야면(大野面) 산월리(山月里) 유적에서 5세기 후반 무렵 축조된 백제시대 각종 고분과 주거지가 확인됐으며 둥근고리가 달린 큰 쇠칼인 환두대도(環頭大刀) 3점이 출토됐다고 군산대박물관(관장 박계성) 조사단이 27일 밝혔다. 지난달 5일부터 현재까지 산월리 유적 가운데 능선 정상 부근의 '나'지구(남북200m, 동서 50m)를 발굴한 결과 주거지 4기, 토광묘(土壙墓) 4기, 수혈식석곽묘(竪穴式石槨墓.무덤길이 없는 돌덧널무덤)와 횡혈식석실분(橫穴式石室墳.무덤길이 있는돌방무덤) 각각 3기가 드러났다. 지난 2000년 이 지역 조사에서는 횡혈식석실분 4기에서 환두대도 3점을 비롯한 다량의 백제시대 유물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4호분과 6호분이 환두대도 3점을 출토함으로써 지금까지 산월리 유적에서만 환두대도가 모두 6점이 수습됐다. 같은 횡혈식인 2호분과 3호분에서는 말이빨과 말뼈가 확인되고 6호분과 8호분에서는 종류가 파악되지 않은 뼈가 검출됨으로써 당시 장례풍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발굴단은 말했다. 이 무덤들에서는 이와 함께 토기류 72점, 구슬류 75점 등도 확인됐다. 토기로는 전형적인 백제식이라는 세발달린 토기(삼족기.三足器)와 목이 곧추선 항아리(직구호.直口壺), 받침대가 달린 긴목 항아리(臺附長頸壺)가 포함돼 있다. 이 중 받침대가 달린 긴목 항아리는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출토품이 잘 보이지 않아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출토품은 환두대도를 비롯해 철기류 또한 25점으로 풍부한 편인데 이에 대해 발굴단은 "(백제의 전신, 혹은 백제가 이 지역으로 확장하기 전에 자리잡고 있던) 마한의 묘제적 전통이 이 때까지 계속된 흔적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들 수혈식 및 횡혈식 무덤은 출토유물이나 양식으로 보아 백제가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무렵인 5세기 후반에 축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덤과 함께 확인된 주거지의 경우 4기 전체가 바닥 부분만 남아 있었다. 이는 이 일대가 70년대까지 예비군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닥은 모두 장방형(직사각형)이며 생토층을 파내거나 흙을 다져 바닥면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토 유물은 격자무늬나 새끼무늬를 찍어누른 삼국시대 초기토기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회청색 경질 토기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