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단편소설을 체계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것들이 모두 포의 글 속에 있었다"고 한 보들레르에 의해 주목받을 때만 해도 진가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포는 보들레르, 말라르메, 도스토예프스키 등에 의해 해외에서 먼저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나 정작 미국에서는 한 세기가 지난 뒤에야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포는 가난하고 우울한 40년 생애를 살면서 수많은 추리.상상.환상소설을 남겼지만 국내 독자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등 몇몇에 불과하다. 신간「우울과 몽상」(하늘연못刊)은 848쪽의 두툼한 분량에 이들 유명작을 포함,모두 58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어 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전집은 58편을 성격별로 환상, 풍자, 추리, 공포로 대별했다. 물론 이미 유명세를 탄 작품들은 추리( )와 공포( ) 분야에 몰려 있다. 그러나 기지와 재치가 번뜩이는 풍자편과 무한한 상상력이 빛나는 환상편 수록작들도 눈여겨본다면 세기를 앞서간 '상상력의 천재' '추리소설의 개척자'란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홍성영 옮김. 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