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중국학과 박재연(朴在淵.44) 교수가 조선시대 중국어 사전인 「중조대사전」(中朝大辭典.전 9권)을 16년만에 완성했다. 40대 소장학자의 성과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료가 방대하고 치밀한 이번사전은 분량이 총 1만 쪽에 달한다. 마지막 9권은 색인과 부록편으로 구성돼 있다. 박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선문대 중한번역문헌연구소를 저자로 하고 이 대학 출판부가 펴낸 이 사전은 15-19세기에 조선에서 발간된 번역소설이나 회화교재, 자서와 운서 등 각종 문헌 230여 종, 1천여 책에서 뽑은 개별 한자 1만2천814자를 표제자로 수록하고 있다. 각 표제자 아래에는 이 글자가 첫 머리에 들어가는 단어(어휘)를 수록했는데,표제어를 포함한 어휘는 총 6만9천352개에 이른다. 표제어와 어휘마다 용례가 빠짐없이 실려 있다. 모두 42만5천918개의 용례는 해당 표제어와 어휘가 등장하는 원전 텍스트의 관련 대목을 원전대로 표기해 실었다. 이 사전은 이런 방법으로 어휘에 대한 역사적 정보뿐 아니라 한자음의 변화나음운변화 현상까지 살펴보게 했다.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이 사전은 조선시대의 중국어와 한국어의 대역사전을 복원한 것이어서 중국어 역사뿐 아니라 한국어 역사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전 발간으로 조선시대 사용된 한자나 한자어 및 한어('백화'라고 하는구어체 중국어)의 활용과 사용 빈도를 파악하게 됐으며 순한문과 조선시대 중국에서사용된 근대 구어체 중국어의 실상도 드러났다. 이와함께 한국 국어학계가 '온전한 판본'을 완성치 못하고 있는 한국어 고어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자료 성격을 겸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1987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낙선재본' 조선말 번역 중국 필사본 소설들을 본격 검토한 것을 계기로 「중조대사전」 편찬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사라진 중국 소설을 국내에서 다수 발굴했고 지난해에는이번 사전의 부산물로 낙선재본 필사본 소설에서 우리 옛말 자료를 뽑아 정리한 「고어사전」을 펴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삼국지연의」를 필두로 조선시대에 읽힌 중국어 번역소설35권에 대한 총서 발간에 들어갔다. 건국대 중문과 임동석 교수는 「중조대사전」 편찬 완료에 대해 "파천황(破天況)의 대발상(大發想)"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