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를 꺼내 들 게 된 건 이웃 마을에 사는 물리 선생님 때문이다. 얼마 전 친분을 맺게 된 그는 경기 양평에 살며 중학교에서 물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그가 먼저 재즈를 알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지만 우리의 대화에서 음악 이야기는 거의 없다. 거꾸로 그로부터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관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을 듣는다. 물리학으로 우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무척 재미있다. 그럴 때면 재즈음악을 낮게 틀어놓는다. 재즈와 물리라고 하면 서로 너무 다른듯하지만 제법 이야기가 잘 통해 긴 시간을 보낸다.나는 어린 시절부터 별 보는 걸 좋아했다. 깊은 밤 옥상에 누워 별을 보다가 추위에 떨면서 내려오는 일이 잦았다. 그때 큰 강물처럼 하늘을 수놓았던 은하수를 잊을 수 없다. 은하수는 항성들의 무리다. 별이면 다 같은 별 같지만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을 별(항성, Star)이라고 한다. 태양계 안에는 수많은 행성들이 존재한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항성만 해도 4000억 개나 있다는 우리 은하, 이런 은하가 수천억 개나 된다는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우리가 듣는 음악도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헤아리기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는 별보다 감춰진 별들이 더 많다. 그중에서도 재즈는 보려고 노력해야 보이는 소행성 같은 존재다. 재즈를 알고 싶어 하는 물리 선생에게 나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태양계 별 중에 재즈음악가의 이름이 붙여진 별이 있다는 사실. NASA가 미국의 여성 색소폰 연주자인 제인 아이라 블룸(Jane Ire Bloom)의 이름을 따서 붙인 ‘자네이라블룸(J
“국립극단 등 공연단체 청년 교육단원 공모가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마무리됐습니다. 만약 장관께서 청년 예술인이던 때에도 문체부의 이 정책이 있었다면 지원하셨을까요.” -김지수 사무관“청년 예술인을 위한 문이 좁으니 넓혀보자고 하는 시도잖아요. 무대에 열망 있는 젊은 연기자라면 당연히 두드려야지.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응모할 겁니다.” -유인촌 장관 24일 세종시 박연문화관에서 열린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김지수 사무관이 손을 들고 건넨 질문에 유인촌 장관이 내놓은 답이다. 김 사무관은 청년 공연예술가들이 국립예술단체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청년 교육단원’ 사업 실무를 맡은 30대 초반의 젊은 ‘사회초년생’ 관료다. 이런 김 사무관에게 유 장관은 자기 경험을 빗대 청년 예술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예술행정이라고 격려한 것이다. 예술인 출신 장관의 ‘엄지척’에 김 사무관의 표정엔 미소가 감돌았다. 이날 진행된 문화왓수다는 유 장관이 정책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20~30대 청년 직원과 인턴 100여 명과 취임 6개월을 맞은 소회를 나누고 앞으로 문화정책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당부했던 만큼, 6개월간 함께하며 겪은 문화·체육·관광·콘텐츠 분야 정책 ‘속 이야기’를 격의 없이 풀어내 보자는 취지다. 고전소설 <돈키호테>의 구절을 인용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은 것을 들리게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한 유 장관은 “여러분들
오페라사(史)를 수놓은 빛나는 여주인공들의 이름이 있다. 예컨대 토스카, 질다(리골레토),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미미(라 보엠) 등. 그러나 이제 소개할 여인의 존재감에 비하면 모자랄 것이다. 바로 카르멘(Carmen)이다. ‘카르멘’하고 발화(發話)하는 순간, 벌써 뜨겁고 강렬한 그 무엇이 발화(發火)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200년 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 후끈한 여름날 담배공장 여인들이 광장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생의 질곡을 겪은 노처녀와 과부들이 많았다. 가장 아름답고 끼도 많은 카르멘이 노래를 부른다. 아리아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L'amour est un Oiseau Rebelle)>.“사랑은 길들여지는 않는 새/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다오/ 한번 싫다면 그만이야/ 겁줘도 달래도 소용없어/ 나는 말 없는 남자가 좋아/ 사랑은 타고난 보헤미안/ 법도 규칙도 없지/ 만약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면 돼/ 그러나 내가 좋아하게 되면 조심해야 할 걸/ 새는 잡았다 싶으면 날아가 버리지/ 새한테는 날개가 있으니까”1막에 나오는 이 곡이 줄거리와 결말을 암시한다. ‘아바네라Habanera’라는 타이틀로도 간단히 불리는데 곡조가 쿠바산(産) 무곡 풍이라는 뜻이다.카르멘은 함께 모인 군인들 무리 중에서 말 없고 성실하고 순진해 보이는 하사관 돈 호세(Don José)를 점지하곤 꽃 한 송이를 건네며 추파를 던진다. 둘은 사랑했으나 호세보다 더 멋진 투우사 에스카미요(Escamillo)가 나타나고, 카르멘은 자유롭게 그에게 가려 한다. 돈 호세는 변치 않는 사랑을 호소하지만 무시당하자 카르멘을 칼로 찌른다.조르주 비제(Georges Bizet,1838~1875, 佛)의 최후작이자 최대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