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땀을 훔쳐낸다. 스치는 야자나무의 정취에 여유를 부려본다. 시원한 물벼락이나 맞았으면 좋겠다. 나즈막한 언덕배기를 돌아서자 검붉은 바다가 한없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즐비한 호텔, 보이는 모든 것이 네온 불빛에 파묻혀 있는 듯 속내를 감추고서 술 취한 듯한 벌건 모습으로 다가온다. 곳곳마다 아름다운 꽃과 풍광들, 너무나도 조용한 주변에 숨쉬기조차 미안스럽다. 전통의상 차림으로 공손하게 '와이'(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태국식 예법)를 하면서 손님을 맞는 호텔리언 조차 천국에서 온 사람들 같다.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이 들리는 파타야라 번잡스런 곳으로만 여겼건만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게 사람을 이끈다. 로열크리프비치에 들어서면 파타야의 인기가 여전한 것을 더욱 느낄수 있다. 약간은 소란스러운 듯한 다른 곳과는 달리 귀빈처럼 대우를 받고 싶은 사람이면 더더욱 괜찮을 듯 싶다. 값은 좀 비싸지만 그 가치는 충분하다. 단지내에 있는 시설들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 또한 최상이다. 꽃과 나무로 뒤덮인 정원을 거닐다 보면 한층 여유로워진다. 땀으로 온 몸이 적셔오면 발을 담그기가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풀장에서 잠시 몸을 식힌 후 야자나무 아래 비치파라솔에서 아름다운 아가씨의 시중을 받다보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나른한 오후 여행으로 심신이 지쳐 있으면 호텔내에 있는 마사지실에서 안마를 받아보자. 잘 꾸며진 시설에 주눅부터 들지만 섬섬옥수 같은 손길에 저절로 잠에 빠져든다. 땅거미가 질 무렵 앞 바다에는 한 척의 선셋 크루즈선이 뜬다. 해안선을 따라 두시간정도 샴만의 야경을 보면서 식도락가를 위한 씨푸드가 마련돼 있다. 구경도 못했던 바닷고기들이 무궁무진하다. 밤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석양에 반사되는 파타야의 환상적인 모습은 파타야 관광의 결정판이다. 이 것 하나로 동양 최고의 휴양지란 명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송태우(소형트럭을 개조한 미니버스)를 이용, 파타야 밤거리를 나서는 것도 좋은 체험. 특히 게이들이 펼치는 알카자쇼는 세계 4대 쇼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뒷골목 풍경도 정겹다. 군침도는 음식들, 옛것과 현대의 것이 엮어내는 불협화음으로 혼돈이 오기도 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 곳 사람들의 태도로 왠지 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요염한 이 곳의 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 일지도 모른다. 다시 봐도 아름답기만 한 파타야를 가슴에 품은 채 떠나야만 하는게 너무나 아쉽지만 재회를 기약할 수 있는게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파타야(태국)=여창구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