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4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3만4천평 부지에 들어설 세계적인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씨의 미술관은 건립 자체만으로도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방가르드(avant-garde.전위예술) 정신의 소유자 백씨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유명인사이면서도 국내에서는 그동안 좁은 시야에서만 평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라는 예술분야가 백씨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으면서도 비디오아트의 역사, 백씨의 예술세계 및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폭넓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가 백씨의 삶과 예술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문화예술적인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야 할 사업을 지자체에서 도민의 세금을 들여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도(道)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과제팀까지 구성, 미술관 건립을 적극 추진해 왔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50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외국생활을 시작한 백씨와 경기도의 직접적인 연고는 없다. 굳이 지역연고를 거론한다면 도는 "백씨의 5대조부 묘소가 동두천에 위치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백씨도 도에 보낸 편지에서 "5대조부 묘소가 경기도에 있다. 조상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가 미술관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백씨 관련 기념관 또는 미술관을 국내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그동안 어느 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도가 백씨의 미술관을 건립, 지역문화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도는 지난해 11월 미술관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달 뒤 백씨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관계자들이 수차례 백씨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에 출장, 지난 3월말까지 3차례에 걸쳐 모두 58점의 작품을 구입해 국내에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도는 일본도 백씨의 일본인 부인을 통해 백씨 기념관 건립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씨와 접촉을 서두르기도 했다. 도가 구입한 작품은 레이저작품 3점을 포함한 비디오작품 13점, 드로잉 31점, 페인팅 11점 등이다. 이 가운데 원, 삼각형, 사각형 등 가장 기본적인 3개의 형태를 형상화한 레이저 작품 '삼원소'는 프리즘에 의해 분산된 레이저 빛이 거울에 의해 다시 연속적으로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한 작품이다. 백씨는 이 작품에 '빅뱅이후 10억년동안 비가 내린다'는 철학적 부제를 붙이기도 했다. 또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아날로그 시계의 시침을 본 딴 'TV 시계'와 'TV 물고기', `엘리펀트 카트' 등의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백씨의 창의성과 열정이 가장 많이 반영된 미국 현지 작업실(뉴욕스튜디오)의 벽면도 그대로 국내에 들어와 미술관에 재현될 예정이다. 도는 앞으로도 폐쇄 회로 카메라를 이용한, 자기 명상적 작품 가운데 백미로 손꼽히는 'TV 부처' 등 백씨의 유명 작품들을 계속 구입할 계획이다. 도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백씨 미술관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육성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기자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