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이자 연출가 오태석이 국립극단과 함께 고전 '춘향전'을 재해석한 '기생비생(妓生非生) 춘향전'을 9∼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춘향의 자아 찾기 과정에 주목한다. 춘향이 왜 힘겨운 옥중생활을 선택했는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있다. 제목 '기생비생'은 기생이라는 사회적 굴레에 묶여 있으면서도 스스로 기생이기를 부정했다는 의미.오태석은 "춘향이 3년간 모진 세월을 견뎌낸 것은 양가집 규수의 전유물인 정절을 지킴으로써 기생 신분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 작품의 시간은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기 바로 전날까지로 한정된다. 이몽룡이나 방자는 등장하지도 않고 춘향과 월매로 대변되는 신·구세대간의 갈등과 춘향의 수절 의지가 형성되는 과정이 작품의 중심이 된다. 이처럼 춘향이 자의식을 획득해 간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오태석의 작품답게 경쾌하고 가볍다. 만화적 요소와 리듬감 넘치는 대사,사투리,논리적 비약과 상상력 등으로 해학성을 살릴 예정이다. 오태석은 "훔쳐보는 서양식 연극이 아니라 비약과 생략,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관객이 같이 만들어가는 동양 연희의 즐거움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춘향 역에 남유선,월매 역에 권복순을 비롯해 이문수 김재건 김종구 이은희 등 국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국립극장이 한·일 월드컵 기념으로 준비한 '사랑대축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요일 오후 4시.(02)2274-3507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