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동남부 미야자키현의 아야(綾町)마을.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가장 가난한 벽촌이었지만 지금은 연간 1백20만여명의 외부 사람들이 찾는 반도반촌(半都半村)의 전원마을이다. 이 고장의 장점인 침엽수를 조림하고 집집마다 개성 있는 물품을 만드는 '일호일품(一戶一品)운동'을 통해 유기농산물,수제 가공식품 등을 생산 판매하고 일본제일의 전통공예 마을로 거듭난 결과다.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한국미래학회장)가 쓴 '고장의 문화판촉'(학고재,1만8천원)은 이처럼 세계화 시대에 지방이 살 길을 '문화'에서 찾는다. 저자는 도시든 지방이든 경제를 살리는 일이 최대의 당면 현안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장소,즉 자기 고장이 가진 성장잠재력을 확인해 적극 판촉해야 하며 그러자면 각 고장의 독특한 문화를 판촉의 도구로 삼는 '문화판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문화 그 자체는 물론이고 경제재마저도 문화적으로 포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고장의 제품을 단순히 경제재인 '상품'이 아니라 개성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경쟁력을 축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세기말부터 은광 개발로 현대식 병원과 오페라하우스까지 갖출 만큼 발달했던 미국 콜로라도주의 아스펜은 은값 폭락에 따른 폐광으로 한미한 산촌으로 전락할 뻔했다. 위기에서 아스펜을 구한 건 세계 최장의 리프트를 가진 스키장 개장과 함께 세계적인 지도자와 예술가들을 초청해 열었던 '괴테2백주년 기념회'. 이를 계기로 문화중심지로 부각돼 국제학술대회와 음악·미술·무용·연극제 등이 연례행사로 열리고 있다. 지난 88년 일본 정부가 고장 번영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국 3천2백40개 시·정·촌에 1억엔씩을 주는 '고향창생(創生) 1억엔 사업'을 벌였다. 그러자 효고현 아와지섬의 쓰나(津名)마을에서는 1억엔짜리 금괴를 방탄유리에 넣어 마을공원에 무료로 공개,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김 교수는 책에서 장소판촉론의 불가피성과 지역사회개발론 관광산업론 문화경제론 도시 기업가주의론 등의 관련 이론을 소개하면서 문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짚는다. 아울러 국내외 성공사례를 통해 장소 판촉의 쟁점과 한계 및 시사점을 짚어내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