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수필가 전혜린(田惠麟.1934-1965)의 미공개 수필 '밤이깊었습니다'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월간 '춤'지 4월호에 '전혜린 미공개 수상(田惠麟 未公開 隨想)'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수록된 수필은 이 잡지 발행인 조동화(80)씨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혜린이 자살하기 1년 전인 1964년에 받은 것이다. 조씨는 "당시 친분이 있던 전혜린이 무용에도 조예가 깊어 원고를 청탁, 독일산문 번역원고와 이 원고를 받았다"며 "그중 번역원고는 월간 '춤'지 창간 10년 전인 66년 같은 제목의 무용평론 동인지 창간호를 내면서 실었으나 동인지 발간이 곧 중단되면서 산문은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책을 정리하다가 이 원고를 발견, '춤'지를 통해 이를 공개하게 됐다. '밤이 깊었습니다'는 음울한 밤의 정서를 예찬하는 수필로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추악하고 권태로운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특집에는 또 '우라노바의 사진(寫眞)에 부쳐서'라는 짧은 글도 함께 실렸다. 경기여중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 유학했던 전혜린은 수필가, 독일문학연구가로 활동하다가 31살의 나이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으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등의 유고집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