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힘 있는 필력을 과시하고 있는 문화평론가 진중권(39)씨가 사회평론집 「폭력과 상스러움」(푸른숲)을 냈다. 저자는 폭력, 죽음, 자유, 공동체, 처벌, 성, 지식인, 공포, 정체성, 민족, 힘,프랙털(fractal) 등 열 두 범주로 한국 사회의 '망탈리테'(정신상태)를 그려낸다. 한국 사회의 폭력적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지식인의 역할, 집단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본질, 자유주의ㆍ보수주의의 실상, 거대 언론의 여론 조작 등을 논하고 있다. 저자의 사고를 추적해보면 한국민의 '레드 콤플렉스'의 기층에는 어떤 원초적 공포감이 잠재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레드 콤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외려 빨갱이 잡는 극성스런반공투사들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타인을 향해 '나는 빨갱이가 아니에요'라고 고백을 시끄럽게 하는 방식, 그것도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공격적인 방식의 고백.그것이 레드 콤플렉스다"(198쪽)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패거리' 정체성으로 규정한다. 흔히 자랑스럽게 말하곤 하는 우리 민족의 친절은 자기가 속해 친분이 있는 집단의 동그라미에서 멈춘다는 것. 그래서 그 집단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하든 아무런 연대의식도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그는 안타까워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정신구조는 정치적 국가주의, 경제적 자유지상주의, 문화적 보수주의의 세 축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거시적 이념의 좌표가우리 사회를 이루는 자디잔 미시구조들 속에서 프랙털 구조처럼 무수히 반복된다고주장한다. 엘리아스, 벤야민, 르네 지라르, 카를 슈미트 등의 학문적인 글을 인용하고 거기에 자신의 독특한 코멘트를 가하는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352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