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어린 왕자의 마지막 비행」(현대문학북스.장-피에르 드 빌레르스 지음)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신비스런 죽음 전후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와 환상이 가미된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중인 1944년 7월 31일 야간비행 정찰업무중 프랑스 남부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된 생텍쥐페리의 신화를 그가 격추됐다는 가설로 구체화하고 있다. 소설은 두 명의 화자를 잇따라 등장시키는 액자 형식을 취했다. 첫번째 화자 '나'는 93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생텍스(생텍쥐페리의 애칭)의 미발표 그림 전시회에갔다가 그곳에서 생텍스가 사라지던 날 그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전직 독일공군조종사 빌헬름 폰 슈타데를 우연히 만난다. 이때부터 소설의 실질적 화자인 슈타데를 통해 생텍스의 최후가 그려진다. 나치즘에 회의를 느끼던 슈타데는 그나마 소설 「어린 왕자」로부터 위안을 얻으며 그럭 저럭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중 지중해 상공에서 우연히 생텍스와 무선교신에 성공해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전쟁을 뛰어넘은 이들의 우정은 그러나 슈타데의 동료가 생텍스의 정찰기를 격추하면서 비극으로 끝난다. 저자는 소설에 '어린 왕자'를 등장시켜 생텍스와 대화를 시키며 사실과 환상을 종횡무진 드나든다. 또 어린 왕자에게 토로하는 생텍스의 말을 통해 한 행동주의 작가가 가슴에 품었을 법한 생각, 부인과의 별거 등 그가 지녔던 고민을 엿보고 있다.백선희 옮김. 150쪽. 7천원.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