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황진이'를 구도자로 재조명한 총체극 '나비야! 저 청산에'가 오는 12∼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총체극은 한국전통 공연에 서양의 춤과 음악을 접목시킨 양식.사물놀이 한울림의 김덕수 예술감독을 비롯 한국무용가 손정아씨,연극연출가 강영걸씨,극작가 김영무씨 등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양반가 서녀 출신으로 스스로 기녀가 되었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금강산 순례를 떠났던 황진이의 삶을 '구도'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황진이와 서경덕·지족 선사와의 만남을 단순한 일화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새 의미를 부여한다. 황진이가 기녀의 삶을 택한 것은 여성의 자유 선언이었고 지족 선사와의 교우는 불교와의 만남,서경덕과의 친교는 유학에의 입문,금강산 유람은 노장사상의 자연귀의에 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극작가 김영무씨는 "황진이는 여인의 몸으로 유·불·선 사상을 두루 섭렵하면서 자아완성을 갈구했던 예인"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한국적인 장단에 무속적 가락을 도입했다. 특히 서양 오페라와 달리 연주자들이 무대 한가운데서 연주한다. 피리 대금 아쟁 거문고 가야금 꽹과리 징 장구 등 전통 악기뿐 아니라 '일렉톤'이라는 디지털 건반악기도 사용한다. 김덕수 예술감독은 "일렉톤은 1인 오케스트라로 불릴 만큼 모든 종류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첨단 악기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며 "전자 악기와 전통 악기의 절묘한 앙상블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진이 역으로 출연하면서 안무도 맡은 손정아씨는 "작품을 준비하며 황진이의 삶이 내 삶과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 여성에 대한 억압과 리얼한 육체적 사랑 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특히 "어른들에게 혼나도 좋다는 각오로 의상이나 몸 동작을 통해 성애 장면 등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이 공연을 기획한 사물놀이 한울림은 앞으로 이 작품을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만들 예정이며 이를 위해 뉴욕 뉴저지 로스앤젤레스 등 미주 공연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 7시,13일 오후 4시 7시,14일 오후 4시.(02)2274-3507~8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