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개막이 1일로 6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월드컵 전파를 지구촌 곳곳에 쏠 국내 방송사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방송은 월드컵 현장을 고화질(HD) TV로 제작해 중계하기로 돼 있어 두달후 막이 오르는 `꿈의 구연'은 방송기술력을 과시하는 뉴미디어 경연장으로변모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구촌 안방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갈 주역이기도 한 방송은 이번 월드컵 중계를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로 실추된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홍보함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마저 동시에 떠안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 대회의 전세계 TV시청인원은 연 450억명으로 추정되고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는 세계 200여 나라에 총 2만시간동안 TV로 생중계되고, 이 TV중계는 월드컵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로 꼽힌다.

월드컵이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차원을 넘어 세계최대의 `미디어 제전', `방송월드컵'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에 따라 방송계는 국가 홍보와 월드컵 홍보 및 마케팅,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을 다같이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마스터플랜을 강구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중계권 계약을 위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일찍이 한국방송단(KP.Korea Pool)을 구성,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계권 판매대행사인 독일의 키르히 미디어(KM)와 2년여간 끌어온 협상을 지난해 10월 타결짓고 64개 경기의 지상파, 위성, 케이블, 라디오 방송 중계권을 확보했다.

중계권 타결로 국내 방송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32개 경기중 24개 경기에 대해 HDTV(고화질TV) 방영을 위해 국제신호로 제작하고, 일본은 32개 전경기를 HD로 제작해 상호 교환하기로 했다.

한국방송단은 HD로 제작하는 24개 경기를 경기의 중요도와 중계차 이동거리 등을 감안해 3사에 대해 8개 경기씩 제작토록 하고, 각 1대의 중계차와 35명씩의 인력을 투입토록 했다.

다행히 국내 방송의 디지털 전환정책에 따라 일선 방송사들은 1-2대씩의 HD 중계차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다 키르히 미디어 산하에 별도 설립된 HBS(Host Broadcaster Services)가 64개 전경기를 자체 장비를 이용해 디지털 SD급 국제신호로 제작하기 때문에 국내 방송사들은 별도 시설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한국방송단과 일본방송사 컨소시엄인 JC(재팬 컨소시엄)는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대해 FIFA의 주관방송사인 HBS의 중계방송을 측면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셈이어서 적잖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방송은 국가홍보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네트워크로서 기능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 확보 및 홍보용 파일럿 프로그램 개발 및 제작의 필요성에 공감,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특히 KBS 국제방송인 RKI와 아리랑TV 등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문화와 관광을 중심으로 한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위상과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연구 검토하고 있다.

이규창 KBS 월드컵.아시안게임 방송단장은 "전통과 활력이 넘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속에 심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월드컵에서의 방송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송 3사는 아나운서, PD, 취재기자, 기술요원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300명이상씩 투입해 중계와 취재, 특집 등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지않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4월들어 월드컵 프로를 본격 편성하는 등 열기조성에 나섰다.

여기에다 올 월드컵에서는 최첨단 방송기술과 정보기술(IT)의 접목이 시도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방송중계 방식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방송사들이 특정선수의 명세서나 개인전적 등을 부가적으로 서비스하는 이른바 `데이터방송'을 월드컵 중계때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키르히 미디어측과 물밑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1일 개국한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은 월드컵 기간에 즈음해 `데이터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장면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려던 방송사와 통신사업자들의 계획은 현재 키르히 미디어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져 막판 협상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한.일 두나라가 공조체제를 구축해 쌍방향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자료나 화면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면 이번 월드컵은 스포츠 중계방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런 중계기술은 두나라에게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방송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방송사간의 지나친嚮?경쟁을 자제하고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고 있는 중복편성을 피하면서 편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방송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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