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맞은 봄색이 화려하다. 남녘땅은 매화와 산수유에 이어 하얀 벚꽃이 눈발처럼 휘날리고 있다. 이어지는 화신은 온 산야를 수줍게 물들이는 진달래와 철쭉. 뜻밖의 짙은 황사가 걷혀 꽃나들이 길을 더욱 즐겁게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4월 봄꽃여행지를 소개한다. 선진리성 (경남 사천시) 선진리성은 사천에서 3번국도를 따라 서남쪽으로 7km 지점, 사천만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때 이충무공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이용, 왜선 12척을 수장시킨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에는 수령 1백년이 넘는 벚나무 1천여 그루가 있어 봄이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한다. 쪽빛 바닷물과 바람에 무리져 날리는 벚꽃,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낙들의 모습이 어울려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매년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올해엔 4월5~7일 나흘간 진행된다. 길놀이, 백일장, 가산오광대놀이 등 무형문화재 공연, 바지락까기대회 등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선진리성의 벚꽃을 즐긴 뒤 삼천포쪽의 와룡산을 찾는다. 세계 최대의 와불과 몸속법당을 자랑하는 백천사가 있다. 다시 삼천포항으로 가 유람선을 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거북선 모양을 한 거북선유람은 임진왜란의 역사현장을 둘러볼수 있고, 아기자기한 섬과 기암절벽의 비경을 만끽할수 있다. 사천시청 관광진흥계 (055)830-4597 대금산 (경남 거제시) 온가족이 산과 바다를 즐기며 따사로운 봄볕을 만끽할수 있는 곳중의 하나가 거제의 대금산(4백37.5m)이다. 특히 정상 근처의 안부를 가득 메우는 연분홍 진달래로 꽤 유명하다.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으며, 정상 암봉의 우람한 모습과 탁트인 남해의 풍광으로 사랑받고 있다. 산행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대개 명상버든마을(명동), 외포쪽의 해안마을인 상포, 율천 반깨고개에서부터 오른다. 세 코스 모두 1시간 길이다. 모두 정상 아래의 약수터에서 만나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대금산 정상과 그 정상에서부터 서북편 상금산 사이의 안부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이 연분홍빛 연못에 풍덩 빠진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안부에서 정상까지는 10분길. 정상은 다른 어느 명산 못지 않은 풍광을 선사한다. 거제시는 매년 진달래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엔 4월7일까지 등산로를 개방한다. 개막일(30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행사가 없어 조용하게 진달래를 즐길수 있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 (055)632-0101 합천호 (경남 합천군) 합천호는 호반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이름높다. 특히 호반도로 주변에 늘어선 벚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는 4월에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합천호는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 등 수려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산중바다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여기에 함박눈처럼 흰 벚꽃이 호반도로를 감싸면 금상첨화란 말이 절로 어울린다. 또 이곳 호반도로는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고 올라가는 고갯길이어서 색다른 드라이브맛을 즐길수 있기도 하다. 4월7일에는 벚꽃마라톤대회도 열린다. 낚시로도 유명하다. 요즘은 가뭄으로 입질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경남지역의 붕어낚시 명소로 손꼽힌다. 시간이 되면 합천읍 북동쪽 덕곡면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율지마을은 최근 오광대놀이 발상지로서의 면모를 찾기 위해 문화마을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마을길 6백60m 거리에 오광대춤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화가 이색적이다. 인근에 생태학습 체험지로 널리 알려진 우포늪이 있다. 합천군청 문화관광과 (055)930-3544 제암산 (전남 장흥군.보성군) 장흥에서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봄꽃향기는 제암산 능선에 만개한 철쭉이다. 제암산은 삿갓을 엎어놓은 듯하며, 일본의 후지산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사자산과 능선이 연결되어 있다. 장흥과 주변의 모든 바위들이 이 제암산을 향해 엎드린 것 같아 '임금 바위산'이란 뜻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제암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3개. 이중 사자산과 제암산 중간의 계곡길이 철쭉밭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제암산 철쭉은 5월초에 화려한 제 빛깔을 볼 수 있지만, 올해엔 다소 일찍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암산 철쭉제단을 중심으로 사방 3만여평에 빼곡한 철쭉꽃은 등산로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해 산행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다. 철쭉내음을 뒤로 하고 사자두봉을 거쳐 패러착륙장으로 내려오면 안양면 기산리로 내려온다. 기산리에는 가사문학의 효시인 기봉 백광홍 선생의 유적지를 볼 수 있다. 유적지 주변 마을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사라진 돌담과 골목길이 옛 농촌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장흥군청 관광진흥팀 (061)863-2509 제주민속촌 (남제주군 표선면) 제주민속촌은 19세기 제주도 특유의 생활풍속을 재현한 현장이다. 2~3백년 전의 건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제주도의 산촌, 중산간촌, 어촌을 비롯 무속신앙촌, 무형문화의 집, 장터 등을 한마당에 되살려 놓았다. 조선시대 지방관아와 유배죄인들의 배소도 있다. 이들 사이에 피어 있는 유채꽃, 벚꽃, 자목련 등이 짙은 봄내음을 전한다. 제주민속촌에는 풍물패의 풍장놀이, 탈춤놀이, 사물놀이 등의 공연이 이어져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제주의 사라져가는 향토수종을 식재하고 팻말 하나하나에 설명도 곁들어 놓아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서도 훌륭하다. 제주여행길에서는 이호, 세화~성산, 신양리, 사계리 등의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빼놓을수 없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유채꽃과 바다가 함께 하는 성산일출봉과 산방산 근처의 해안도로는 연인이나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드라이브와 산책명소로 손꼽힌다. 남제주군청 문화공보과 (064)730-1221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