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작가인 이불(38)은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지난 10여년간 미술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여성작가다. 97년 뉴욕 현대미술관,99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2000년 상하이비엔날레,2001년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브랜드 파워"면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백남준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가 22일부터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현대미술의 여전사-이불"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1999년이후 제작한 신작으로 "노래방 3부작","히드라","사이보그","몬스터"등 7점. 이중 국제무대에서 호평받은 "노래방 3부작"과 "히드라"는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홍익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이불은 90년을 전후해 알몸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남성본위의 사회에 페미니스트로 맞섰다. 옷을 벗은 채 천장에 매달리거나 괴물 형상의 울긋불긋한 조형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사회를 억압하는 권력구조의 실체를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로 유명해진 "화엄(華嚴)"이란 작품은 반짝이로 장식된 생선의 썩는 과정과 냄새를 전시함으로써 "시각문화"가 중심이 된 미술의 역사를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권력"과 "편견"에 대한 비판이다. 국내에서 페미니즘으로 남성위주의 사회에 맞서고 있다면 해외에서는 왜곡된 아시아 여성상을 통해 서구인들의 잘못된 오리엔탈리즘을 통렬히 꼬집는다. 근작 "히드라"는 6m높이의 대형풍선에 강인한 여전사로 분장한 자신의 전신 사진이 전사돼 있다. 아시아 여성이 곱고 양처럼 순하다는 서구인들의 편견을 조롱하는 작품이다. 안소연 삼성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기법상으로는 일시적이고 값싼 풍선을 사용함으로써 "조각은 영원히 보존된다"는 전통 관념에 대한 반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천장에 매단 "사이보그""몬스터"와 "노래방 3부작"은 그의 작업 중심이 대중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플라스틱을 이용해 제작한 사이보그와 몬스터는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간 불완전한 형상이다. 완전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공포감을 줌으로써 미래 인간실체의 한 단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미래의 인간 역시 테크놀로지를 장악한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노래방 프로젝트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아마추어"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놀이문화인 노래방의 매커니즘을 공감각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이씨는 로댕갤러리 외에 미국 뉴포트 비치의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5월 5일까지),프랑스 디종의 르 콩소르시옴(4~7월),미국 시애틀의 헨리 아트 갤러리(9~11월),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11~내년 2월),캐나다 토론토의 파워 플랜트(12~내년 3월)에서 차례로 전시회를 갖는다. 4월 4일 오후 2시에 작가와 관람객이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5월 5일까지. (02)750-7964.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