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71.홍익대명예교수)화백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면 서승원(61.홍익대 교수)화백은 그 바통을 이은 추상미술 2세대 작가다.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나란히 개인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평생 "형상없는 그림"을 그려왔고 미술계에 "홍대인맥"을 주도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화백은 50~60년대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서막을 알리는 앵포르멜(비정형회화)운동의 기수였다. 이에 반해 그보다 10년 후배인 서 화백은 추상미술의 맥을 같이하면서도 앵포르멜을 거부하고 기하학적 추상운동을 이끈 핵심멤버였다. .............................................................. 서울 관훈동 노화랑(28일까지)에서 2년만에 개인전을 갖는 서 화백의 그림은 엷은 색동옷처럼 곱고 부드러운 단색조의 작품이다. 앵포르멜 이후 그가 주도했던 기하학적 추상회화는 지각 대상을 면 선 도형으로 표현해 사물과 사고를 지각 대상 '그 자체'로 환원시키는 작업이다. 그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동시성'이란 타이틀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화면은 시간과 공간의 동시적 존재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80∼90년대 회화가 부드러운 백색과 색면들의 움직임으로 운율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면 근작들은 색조가 더욱 엷어진 대신 깊이를 더욱 느끼게 한다. 서씨는 "저녁 노을 속에 나지막이 밥짓는 연기가 깔리는 아련한 시골 풍경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중 삼중으로 드러나는 중층의 화면은 자연스레 명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그는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산실인 '오리진(Origin)'과 '아방가르드협회' 창립멤버로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반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부인(서양화가 이정희)을 비롯해 희선·희재·희수 등 3녀와 큰사위(서양화가 김연규) 둘째사위(판화가 이준혁)가 모두 작가인 미술집안이기도 하다. (02)732-355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