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 관한 역사책을 보다가 놀라게 되는 것은 위업을 이룬 나이이다.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創業易守成難)라는 명언으로 알려진 태평성대,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이룬 당(唐)의 2대 황제 태종 이세민. 그는 약관 20세에 수나라 양제의 폭정과 내란을 종식시키며 당의 건국을 이뤄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제갈공명이 유비를 만나 삼고초려 끝에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역설한 것은 26세 때였고, 천문과 지리를 통달하고 적벽대전(赤壁大戰)으로 조조를 대파한 것은 27세 때였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가를 나누던 남원의 성춘향과 이도령은 둘 다 이팔청춘, 16세였다. 과연 어떤 교육이 선인들로 하여금 이같은 문학과 철학, 인문 사회의 깊이를 많지 않은 나이에 가지게 하였을까. 지금의 교육과 다른 점이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선인들은 자연으로부터 직접 배웠다는 점이다. 옛 선현의 하나인 의상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라고 노래하고 있다. 한 티끌같이 작은 속에서도 우주를 머금었고 낱낱의 티끌마다 우주가 다 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물리학의 프랙털(Fractal), 즉 자연의 패턴들은 미세한 부분들이 전체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무한히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인 자기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개체 하나하나, 진리를 담고 있는 자연의 하나 하나로부터 직접 배우고 느낀 것이 깊은 지식과 지혜를 가지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선현들은 풀 한 포기가 봄을 맞아 땅에서 돋아나는 진리와 토끼가 산에서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한없이 펼쳐지는 밤의 별자리에서 진리와 직접 교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현대의 우리는 밤의 별을 잃어버리면서 꿈을 잃고, 동물과 멀리하면서 지혜를 잃고,풀들과 멀리하면서 깊이를 잃어 가는 것이 아닐까? 경영 역시 자연으로부터, 특히 동물들로부터 많은 지혜를 배워야 한다. 먼저 코끼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생각의나무)에서 코끼리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20세기 고용 문화의 기둥이었던 대기업을 의미한다. 코끼리와 같은 큰 몸집과 느린 걸음걸이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코끼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코끼리가 열심히 코를 흔드는 것은 빠른 생쥐가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빨라야 한다. 빠른 변화를 가르쳐주는 대표적인 동물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나오는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다. 어느날 아침, 매일 치즈를 먹던 창고에 치즈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 두 마리의 생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새로운 창고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생쥐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에 눌려 행동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 창고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변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생쥐로부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배운다. '자신의 주변을 간단하고, 융통성 있게 유지하며 신속하게 행동하라'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두려움으로 자신을 혼동시키지 말라'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서 큰 변화가 올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등이다. 빠른 생쥐들만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느림의 대명사인 나무 늘보에서도 배울게 있다. 아우구스트 혼다의 '나무늘보는 변할 수 있을까'(국일미디어)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변화를 주도하려는 나무늘보 액터가 이끄는 비행훈련단이 새처럼 날기 위해 커다란 이파리 두 장을 양손의 손톱 사이에 끼고 특별 훈련을 거듭한다. 길이 60cm, 체중 8kg, 게으름뱅이의 대명사로 하루 평균수면 18시간, 시간의 대부분을 나무에 붙어 꼼짝도 않고 지내는 나무늘보가 독수리의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 주위의 반대에도 변화의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들은 '너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변화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만족할 수 있을까' '너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가' '그런 정열을 내일도 가질 수 있는가' '너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너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변화했는가'의 6가지 물음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조직과 개인의 변화된 모습은 어떨까? 먼저 켄 블랜차드의 '겅호!'(21세기북스)에서 다람쥐와 비버, 기러기가 미래상을 보여준다. 먼저 다람쥐와 비버는 개인이 일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다람쥐와 비버는 누가 지시하지도 않는데 자신들의 일, 먹이를 옮기는 일, 댐을 짓는 일에 열심이다. 이유는 다람쥐들이 그들 자신에게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으므로 그 일에최선을 다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다만 스스로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일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홍수로 무너진 둑을 고치는 여러 마리의 비버들은 총공사를 지휘하는 리더 없이 자신이 내린 결정대로 일을 하고 있다. 비버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자신의 목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고 스스로 일을 알아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경영학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비버는 직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면 그들은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고, 작업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팀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은 기러기다. 지구상의 신비 중의 하나인 기러기의 여행, 기러기들은 해마다 수천km, 하루에만도 수백km를 이동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반드시 V자 대형으로 날아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앞의 새가 날개를 저으면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새를 위한 상승기류를 만들어 주게 되어,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71%를 더 멀리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V자형을 그리며 날아갈 때 뒤쪽의 기러기들은 앞서가는 기러기들이 속도를 유지하도록 힘을 북돋우기 위해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낸다. 그것이 팀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도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칭찬과 격려를 '진정(TRUE)'으로 해야 한다. 시기에 알맞게(Timely), 민감하게 반응하며(Responsive), 무조건적으로(Unconditional), 열성적으로(Enthusiastic). 팀 내뿐만 아니라 고객과도 함께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런딘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한언)이다. 싱싱하고 힘이 있는 물고기를 다루는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그곳에서는 고객들과 함께 하는 법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생선을 던지고,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주문받은 것을 소리내어 외치고, 그것을 반복해서 외치고, 바로 고객에게 자극적인 활기,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많은 고객들이 재미있게 느끼고 참여하게 한다. 손님들로부터 늘 가까이 있으면서, 그들을 즐거움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신조류 경험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과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으로 이어진다. 손님의 날을 만들어 주려는데 주의를 집중시키고, 활력을 주고,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고 변화를 이루어낸 우리는 벼룩이 된다.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에서 벼룩처럼 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의성이 성실성보다 중시되는 사회에서 주체적인 1인 기업가로서의 자기 가치를 높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벼룩에는 더 큰 힘이 있다. 자신의 몸길이 2~4mm보다 50~1백배나 높은 2백mm까지 높이뛰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경쟁력이다. 자신을 개발하면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더 깊이있고, 더 경쟁력있는 모습을 가질 수 있다.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모두요 모두가 곧 하나다. 자연의 모든 것은 진리를 담고 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동물들로부터 경영의 지혜를 배우듯이 나 자신이 경영의 진리가 되어감은 어떤가? 서진영 < 자의누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