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Getting Things Done)'(데이비드 알렌 지음,21세기북스,1만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번역을 맡은 공병호 박사의 말을 통해서였다. 그는 '한마디로 멋진 책'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을 칭찬했다. 번역을 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업무 생산성에 대한 대개의 책들은 일을 대하는 덕목으로 부지런함이나 집중력,사람 관리 등 개인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모든 개인이나 조직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지구의 중력이 그러하듯 일을 하는 데도 불변의 진리가 있다' 그 진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면 어떠한 일을 만나더라도 최고의 효율과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혹 두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너무 이론적인 책이 아닐까,저자만의 도식적인 시스템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세한 가이드 북이다. 어떤 특정한 이론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업무 패턴과 저자의 오랜 컨설팅 경험이 한데 용해되어 하나의 놀라운 체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저자는 각자가 자신만의 업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업무 흐름 5단계'라는 기본 얼개 위에 구체적인 실천 아이디어를 수없이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취사선택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탁월한 안내자이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하루하루 쌓이는 일에 지레 스트레스만 쌓인다면,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면,종일 열심히 일했지만 막상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면,그렇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또한 다분히 동양적인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일을 대함에 있어 '물 같은 마음'을 가질 것과 '흐르는 물처럼' 일할 것을 전편에 걸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쓸데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하는 데서도 저자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다소 각지고 반듯한 방식을 추구하는 서구 스타일에 비해 미국 책이긴 하지만 우리 정서와 역사에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그것인 듯하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