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황실에서 공식 행사의 음악을 전담하는 궁내청 식부직 악부(宮內聽 式部職 樂部)가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2 한·일 월드컵의 해를 맞아 열리는 '한·일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궁내청 악부의 이번 공연은 오는 5월23∼24일에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같은달 27∼28일에는 부산문화회관에서 각각 두 차례씩 열린다. 이에 앞서 5월8∼9일 도쿄 국립극장과 같은 달 12∼13일 오사카 국립분라쿠극장에서는 국립국악원 연주단과 궁내청 악부의 합동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1천3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궁내청 악부는 일본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각종 의식이나 향연 등 궁중행사 때 연주를 맡는다. 1956년부터는 매년 봄·가을 사흘씩 일반인을 위한 공개연주회도 열고 있다. 악부의 대표적 연주 장르 중 하나인 고마가쿠(高麗樂·고려악)는 고대 한반도의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에서 연주되던 궁중 음악의 원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이어서 음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마가쿠의 대표적 음악인 나소리(納會利)가 연주된다. 나소리는 연주와 무용이 수반되는 일본 무악(舞樂) 중 하나로 고마가쿠 연주에 맞춰 두 명의 무용수가 가면을 쓰고 춤을 춘다. 또 일본 무악인 료오와 고마보고,국풍가무(國風歌舞)인 아즈마아소비,관현악인 효조노네도리 사이바라고로마가에 에텐라쿠 사이바라 료에이가신 바이로 등도 선보인다. 대부분의 곡에는 중국 당악과 한국 전통음악의 흔적이 깊이 스며 있다. 전원이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악부 소속 악사 25명은 지금까지도 세습 체제로 대물림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해외 공연을 가질 경우 만일의 사고로 대가 끊길 것을 우려,한 비행기에 태우지 않고 여러 대에 나눠 탑승시킨다. 윤미용 국립국악원장은 "일본의 궁내청 악부가 해외 연주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국내에는 원형이 보존돼 있지 않은 삼국시대의 음악 일부가 연주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02)580-3056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