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인 주주가 기업을 지배해야 하는가. 아니면 전문경영자가 기업을 지배해야 하는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재벌기업이 발달한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오너십이 기업운명을 지배한다'(롤프 칼슨 지음,박행웅·이종삼 옮김,김영사,1만4천9백원)는 전문경영인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 경영에 소유권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예리한 논리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경영자들은 소유자인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1970년대 오일쇼크로 침체기에 빠진 미국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들의 보수를 2백50%나 올렸다. 따라서 오너십의 역할을 강화해 전문경영자를 적절히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 책은 시장경제가 정점에 이른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특성을 분석하고,개인 내지는 기관의 소유권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고 또 이를 통해 어떻게 기업가치가 증대돼야 하는지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연금기금인 캘퍼스가 기관투자가로서의 오너십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즉 기관투자가를 통해 기업은 일반 주주의 통일된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는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십은 이사회를 통해 구현되므로,소유권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유주와 이사회,최고경영진 사이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유권이 성공적으로 발휘되어 기업가치가 증가된 구체적인 사례로 스웨덴의 왈렌버그 그룹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ABB,에릭슨,볼보,일렉트로룩스,스토라엔소 등 스웨덴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왈렌그룹 산하에 있으며 이 그룹의 소유권은 5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왈렌그룹에서 오너는 단지 우수한 최고경영자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이들에게 어렵고도 고된 성과 압력을 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전문 최고경영자에게 절대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너십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전문경영자를 견제하고 공생을 통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오너십을 기업 성과와 지속적인 가치 창조를 이루는 전략적 기업지배구조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적 기업지배구조의 확립이 90년대 이후 신경제에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정통성 있는 소유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소유주로서의 책임을 포기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한다. 기업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기관투자가도 결국은 이들에 투자한 개인에게 오너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너십의 권리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집착하는 국내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이 되새겨 봐야 할 의미 있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