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튼 서양음악사 등과 함께 '가장 엄밀하고 방대한 서양음악사'로 꼽히는 '프렌티스 홀 음악사 시리즈'가 네 권의 책으로 번역, 출간됐다. 2000년 11월 '바로크 음악'(클로드 팔리스카 원저)과 '고전시대의 음악'(라인하르트 파울리 원저)이, 이듬해 3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리 롱이어 원저)이 나온데 이어 최근 '20세기 음악'(에릭 솔즈먼 원저)이 선을 보임으로써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일관된 체제를 갖추게 된 것. 전체 분량만 1천500여쪽에 이르는 이 엄청난 번역작업을 피아니스트 김혜선(전경희대 교수)씨가 혼자 10여년간 매달린 끝에 완성했다. 책이 나온 출판사 '다리'도 그가 오직 이 시리즈 출간을 위해 지난 2000년 설립했다. 시대별로 저자가 다른 것은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학술전문 출판사 프렌티스 홀의 고집 때문. 그러나 미국 음악사학의 거물인 와일리 히치콕이 전체 감수를 맡아 한 사람이 쓴 듯한 통일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전주의편에서는 웬만한 자료에는 나오지도 않는 모차르트의 산수공부 얘기까지 곁들이면서 전기적(傳記的) 배경도 풍성하게 제공했고, 바로크편에서는 라모가 정립한 화성이론의 세부적인 구조까지 꼼꼼히 짚어냈다.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 교습 등 개인 가정의 음악활동까지도 당시를 들여다본 듯 소개하고 있다. 김씨는 "유학시절 프렌티스 홀 시리즈로 음악사를 공부하면서 그 치밀한 짜임새에 감탄했었다"면서 "앞으로 중세 르네상스편까지 번역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권 2만2천-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