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석 이내의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성공하는 중국음식점이 늘고 있다. 이런 집들의 공통점은 좋은 식재료를 쓴다는 것,음식값이 비싸지 않다는 것,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국집은 돈이 모이면 가게규모를 확장하기보다 분점을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늘린다. 흔히 잘되던 음식점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크게 확장하면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건물값 인테리어값 뽑으려면 예전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내용이 조금씩 부실해지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고객들의 발걸음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 자신맛의 독특한 맛을 유지하는 작지만 강한 중국음식점들을 소개한다. 외래향(논현동 관세청 맞은편 골목.02-517-0637)=강남의 중국음식점중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열 서너 테이블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가끔 눈에 뛸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고객층이 대체로 젊은 편이지만 퓨전 중국음식점은 아니다. 요리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춘권을 제외하면 다른 요리들은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물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 삼선누룽지탕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고 오향삼겹살등 다른 요리들도 비교적 무난하다. 식사중에서는 군만두나 자장면이 좋으나 하얀 짬뽕으로 불리는 사천탕면을 시키는 사람들도 많다. KBS 공채탤런트출신인 김덕구 사장이 부업차원에서 조그맣게 차린 음식점인데 의외로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는 연기가 부업이 되었다. 형제들이 하는 분점이 2곳 있다. 육양수교(연희동 한성화교중고교 맞은편.02-337-0177)=연희동.연남동 일대에는 겉으로만 보고 실력을 과소평가하다가는 큰일나는 허름한 중국음식점들이 꽤 있다. 육양수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작고 허름한 집이다. 다섯 테이블밖에 안되는 좁은 실내는 7,80년대의 변두리 중국집을 연상시킨다. 외양은 더 심해서 마치 문닫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담없게 보여서인지 점심때는 뜨내기 식사손님들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 집은 알아주는 요리전문점이다. 그것도 메뉴에 없는 요리를 장기로 한다. 알아서 몇 가지 해달라면 주방장을 겸하는 주인이 잽싸게 솜씨를 발휘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희한함에 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냉채라며 주는데 오향으로 졸인 돼지간과 내장이 오이와 함께 나오는 식이다. 순대집에서나 보던 식재료여서 놀라게 되지만 맛도 꽤 좋아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단골손님이 많아서 저녁에는 예약을 해야한다. 팔선생(방배동 카페골목초입.02-533-7102)=최근 뜨고 있는 음식점이다. 여섯 테이블밖에 안되기 때문에 늦게 가면 밖에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이 집의 장기는 돼지고기를 얇고 쫄깃하게 조리한 북경식 탕수육 꿔바로우지만 신선한 재료를 쓰는 해물요리도 훌륭하다. 특히 검은콩소스에 볶은 맛조개나 중화요리소스인 XO장을 사용한 "XO새우"는 다른 데서는 맛보기 힘들다. 식사중에서는 새우볶음밥이 좋고 자장면도 무난하다. 이 집은 요리의 양이 적은 대신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서너 명 단위의 손님이라도 이것저것 먹어보기 편리하다. 흠이라면 서비스가 다소 미흡하다는 점. 맛보다 서비스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학동사거리에 새로 낸 강남점(02-548-8845)은 규모가 조금 크고 서비스도 낫다. /최진섭.음식평론가.MBC 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