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는 SF(공상과학소설) 독자라면 누구나 친숙하게 여기는 작가이자 과학자이다. 「파운데이션」「로봇」「네메시스」와 같은 그의 작품들은 SF계에서는 하나의 고전으로 간주되면서 여전히 새로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시모프는 특히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충돌이라는 문제에서부터 인류문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과 성격 문제, 사이보그 인간의 정체성, 요즘 유행하는뉴 에이지 계열의 인류진화 문제까지를 짚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한 아시모프가 성경에 대해 방대한 분량의 저작을 남겼다고는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아시모프의 바이블」(들녘刊. 원제: Asimov's Guide to the Bible: the Old Testament & the New Testament)은 성경을 소재로 한 SF는 아니고 제목 그대로 아시모프 자신이 성서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과 '신약, 로마의 바람을 타고 세계로 가다' 두 권으로 돼 있다. 아시모프가 이 책을 쓴 동기는 인류문명의 초기 4천년을 다루고 있는 성서가 지난 2천년 동안 서구문명에서 사실상 유일한 역사책으로 읽혀 왔기 때문에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는 상관없이 성서에 기록된 것들만 강조돼, 역사읽기에서 왜곡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다음은 아시모프의 머리말. "성서의 주된 관심은 기본적으로 가나안, 곧 지중해에 면한 아시아의 한 작은 지역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에 맞추어져 있다. 세속적 관점에서 보면 이 지역은 초기문명의 역사에 미미한 족적밖에 남기지 못했다. 따라서 현대 역사서들은 성서와는 대조적으로 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작은 지면만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성서 밖의 세계를 성서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한편 성서 이야기에 역사, 전기, 지리 등 비성서적 측면들을 덧붙임으로써 성서의 사건들을 양면에서 고찰하고자한다고 부연설명하고 있다. 무신론자인 아시모프의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정리한다면, 성서에 씌어져 있는 신비의 그물을 역사학, 언어학, 합리성 등 이성의 도구들을 사용해 벗겨내고 가능한한 진실에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서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이 지대함을 감안할 때, 아시모프의 작업은 매우 흥미롭고 성서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모프가 성서의 신비적인 요소들을 벗겨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성서 자체가 역사서가 아니어서 성서의 내용 중 역사적인 사실과 신앙적인 요소를 분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어쩌면 분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서를 복음적인 차원에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한 국내에서 성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만하다. 성서 뿐만 아니라 「새가톨릭역본」과 「제임스왕 성서」「개정표준성서」에 실려 있는 외경도 기본 자료로 사용했다. 각권 928쪽, 792쪽. 각권 4만2천원, 3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happy@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