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소장중인 외규장각 도서 중 국내에 유사한 도서가 없는 이른바 유일본은 30여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규장각도서 실사단은 1일 파리에서 외규장각 의궤 296권에 대한 조사를 마친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에 분상용이 없는 어람용 의궤는 그동안 64책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약 30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분상(분산보관)용이 없는 의궤(왕실행사를 기록한 책)란 국내외를 통틀어 하나밖에 없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종묵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연구실장, 김문식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신병주 규장각 학예연구사 등 3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의궤 296책 중 200여책을 조사했으며 나머지 90여권은 시간부족으로 실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조사한 책의 대부분이 보관상태가 좋았으며 지질, 글씨, 그림, 문양등이 아름다왔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프랑스측이 지난 70년대 상당수의 의궤를 재장정하면서 원래의 표지 재질, 무늬, 장식 등을 살리지 못했으며 왕실행사를 묘사한 그림에는 모두프랑스공화국을 뜻하는 RF(Republique Francaise)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실사단은 또 여러권으로 구성된 의궤 중 행렬도 등 그림이 많아 사료적, 미학적가치가 높은 의궤는 사라져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사단은 "시간 부족, 프랑스국립박물관측의 엄격한 열람 절차와 규정 등으로 인해 희망했던 것만큼 효율적인 실사를 하지 못했으며 완전한 실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작업의 50% 정도만 이번에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사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5일 동안 조사작업을 벌였으나 프랑스박물관이 각 실사단원이 열람할 수 있는 의궤를 하루 15책으로 제한한데다 까다로운 열람절차로 인해 상당시간을 열람 대기로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실사는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열린 양국간 외규장각도서문제해결 협상 합의에 따른 것으로 한국 전문가들이 1866년 병인양요시 약탈된 외규장각도서 전체를 공식 현지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한국측의 실사는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으며 최종 실사 결과는 향후 한국측 협상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