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문학의 풍경은 어떠했을까. 일본의 한 평론가에 따르면 전후 일본 지식인들은 민주주의, 평화주의, 과학적ㆍ합리적 사고에 기초한 문화국가 등을 화두로 자유와 휴머니즘에 대한 관념을 재정립하려는 절실한 욕구 속에서 문학 작품을 집필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신간「설국」(민음사)과 도서출판 소화가 '전후일본단편소설선'으로 펴낸 3권의 단편집에서 전후 일본문학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정식 계약을 통해 소개된 「설국」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소설. 가스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에게 1968년 노벨 문학상을 안긴 작품이다. 일본 최고의 서정소설로 평가받는 「설국」의 노벨상 수상 이유는 "일본인 마음의 정수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하는 서술의 능숙함"이었지만 인간존재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보편성도 지녔다. 배경은 눈이 많기로 유명한 니가카현 에치고의 유자와 온천. 물려받은 재산을 갖고 여행으로 소일하는 시마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연과 분리돼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한한 인간존재, 정열과 허무의 대비라는 주제는 전후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한다. '전후 일본단편소설선'으로 나온 「잿빛 달」「브라질풍의 포르투갈어」「거꾸로 가는 별에서 온 편지」에는 1946-1949년 일본의 대표적 잡지『세계』에 수록된 바 있는 단편 30편이 소개됐다. 전후의 기아와 무력함을 드러낸 시가 나오야의 , 종전 무렵의 일본 군대를 배경으로 순수한 청년의 붕괴를 그린 우메자키 하루오의 , 일본 문학이 세계로 지평을 넓혀가던 시기를 다룬 오에 겐자부로의 , 아오노 소의 등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인간과 삶의 근본적 조건을 되묻고 새로운 휴머니즘을 구축하고자 했던 절실함을 읽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