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을 겨냥해 영화제작에 나서야 할때 입니다" 투자사 KTB엔터테인먼트의 하성근(38) 이사는 1천억원 규모의 영상펀드 조성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TB와 삼성벤처투자,강제규필름,에그필름 등 4개사는 최근 영상펀드 조성과 영화투자배급 협약에 관한 조인식을 가졌다. 이는 국내 최대규모의 영상펀드와 메이저 배급라인의 신설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총 제작비가 1천4백억원 정도로 추산되기 때문에 1천억원 규모의 펀드조성은 무리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이제 국내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시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4개업체의 공동 펀드조성 실무를 맡은 그는 "영화제작비는 급상승하고 있으며 영화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며 "연간 한국제작 편수는 50~60편에서 70~80편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화제작에 "규모의 경제"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여러 편을 동시에 제작하면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기자재의 공동구매 등을 통해 경비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KTB와 삼성벤처투자에는 기관투자가의 자금 3백억원이 영화펀드를 위해 대기중"이라며 "1천억원중 상반기에만 5백억원 규모의 펀드조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의 투자자들이 펀드조성에 참여의사를 표시해 왔고,자산운용사를 통해 자금 공모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은행 등 은행권과 연계해 신탁상품을 만드는 방식도 고려중이다. 그는 그러나" 펀드결성시기는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신설 펀드는 개방형으로 운용해 추가 참여희망자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26개펀드 2천10억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펀드가 조성돼 있으며 이중 순수 영화펀드는 1천1백억~1천3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 4개사가 공동배급 라인을 신설키로 합의한 것은 국내 영화배급시장에 3강구도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4개업체가 신설할 배급망인 A라인이 연간 20여편의 한국영화를 배급할 경우 지난해 각각 26편과 22편을 배급한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와 맞먹는 규모다. 배급사업은 개봉작 편당 수수료수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 투자와 달리 리스크가 거의 없는게 강점이다. 그는 4개업체의 영화배급사업 진출에 대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뿌리를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