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이기형(85)씨가 통일 열망과 민족애,양심의 자유를 노래한 일곱번째 시집「山河丹心」(삶이보이는창)을 냈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이북 출신답게 시집에서 우선 다가오는 것은 통일에 대한갈망이다. 전국의 산하를 돌아보며 한과 항쟁으로 점철된 역사의 질곡을 되새기고 자나깨나 통일을 염원한다. "설악봉 꼭대기 흰구름아/어마이를 모셔다 다오/남은 형제를 불러다오"(). 절개와 애족, 민주의 일편단심을 보인 지사.투사들도 기린다. "나 익현이 어찌원수 네놈들의 식음을 입에 댈꼬?"(). 전봉준, 최익현, 안중근, 신채호, 전태일, 박종철 등의 발자취를 되살리며 "진리와 신념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사람은 가장 강하다"고 말한다. 시집 후반부는 비전향 장기수 30명의 약력을 운문으로 옮긴 약전(略傳)이다. 직접 취재의 산물인 이 대목은 이념의 문제와는 별개로 모진 고문과 회유에 시달리면서도 양심과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73-75년 집중적으로 자행됐던 이른바 ''전향 테러'', 즉 잡범 수감자를 동원해 폭력을 가하거나 악랄한 고문을 거듭하며 전향을 강요한 횡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고발한다. 이기형 시인은 일제 말기 청년시절에 항일투쟁에 여러 차례 참여해 복역했으며해방후에는 신문기자를 잠깐 지낸 뒤 장사와 학원강사 등으로 오랫동안 칩거했다. 그는 80년 신경림, 백낙청 등을 만나면서부터 시를 쓰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89년 연작시 필화로 기소된 바 있다. 시집「망향」「지리산」「꽃섬」「삼천리 통일 공화국」, 전기 「몽양 여운형」등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