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안 넓어라/허허탕탕 넓어라/…/죽은들 어떠리/산들 어떠리/일도양단(一刀兩斷) 보검(寶劍)이여/능살능생(能殺能生) 자유롭네…"(어얼씨구)

전남 무안의 약사사 조실인 박경훈 스님(62)이 펼쳐 보이는 깨달음의 경지다.

우주 만물이 나와 한 몸임을 깨달아 ''참 나''를 바라보니 내 품안이 우주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넓고 걸림이 없는 세계다.

이런 경지를 황혜당 스님(63·담양 금타선원)은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았던 진묵대사의 선시에 비견한다.

"백운으로 옷을 입고/우주로 몸을 삼아/대해(大海)는 핏줄이요/태양은 나의 심장"이라는 경훈 스님의 경지와 통한다는 얘기다.

경훈 스님이 선시 2백18편를 엮은 선시집 ''아시게나,우리가 선 이 땅이 낙원이라네''(역사비평사,전2권)를 냈다.

평소 수행 도중 떠오르는 선상(禪想)을 종지쪽지에 적어뒀던 시들이다.

시편마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혜당 스님이 풀이를 곁들였다.

황지우 시인의 형인 혜당 스님은 광주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 5·18 민중항쟁을 계기로 불가에 입문,경훈 스님과 우의를 쌓은 사이다.

"뻐꾸기 처량해라/밤도 깊어가는데/…만사가 모였다가/흩어지는 것/유상 앞에 속은 너만/바보란다"(들어라 뻐꾸기야)

경훈 스님에겐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다 부처요,깨침의 화두다.

한밤 뻐꾸기 소리를 듣고는 뜬구름 같은 아상(我相·나에 집착하는 생각)에 속고 사는 중생들을 안타까워한다.

또 청산에 홀로 핀 모란꽃에서 깨달은 사람에게 보이는 ''무진장(無盡藏)''의 세계를 발견한다.

경훈 스님은 "시끄러운 세상,천차만별로 분별하는 이념들을 하나의 세계로 회통(會通)하고 싶은 심정에서 본성의 넉넉한 자리,청정본연 진여(眞如)의 땅을 이웃들에게 펴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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