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달아 기획,제작돼 스포츠 영화의 `불모지''였던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권투선수 김득구의 삶을 다룬 「챔피언」(영화사 진인사)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야구단을 모델로 한 「YMCA야구단」(명필름), 섬마을 젊은이들이 권투 특기생으로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남자…태어나다」(트윈 엔터테인먼트) 등이 현재 제작중인 영화들이다.

또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산악영화''도 충무로에서 2~3편이 추진되는가 하면, 영화사 씨앤필름은 `야구영화''를 기획 중이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미국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알리」도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그간 농구드라마 `마지막 승부''(MBC) 같은 TV 드라마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포츠가 활용됐으나 유독 영화계는 스포츠에 인색했던 게 사실.스포츠 영화의 기획 자체도 드물었던데다 관객들의 호응도 적은 편이었다.

지난 86년 이현세씨의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당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유일한 영화다.

이후 최민수 주연의 「신의 아들」(86년)과「지옥의 링」(87년),「카멜레온의시」(88년) 등 `권투 영화''들이 줄줄이 선보였으나 흥행 성적은 썩 신통치 못했다.

프로레슬링이 등장하는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2000년)은 선전했으나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다.

세계 스포츠 영화의 70~80%를 차지하는 할리우드 영화도 국내에선 맥을 못췄다.「록키」 시리즈나 산악영화 「버티칼 리미트」 등을 제외하면 미식축구를 소재로한 「리멤버 타이탄」「리플레이스먼트」 등도 흥행에서 참패했다. 두 영화 모두 미국에서는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영화계 종사자들은 `스포츠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 먹히질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스포츠 영화를 제작중인 영화사들조차 "제발 스포츠 영화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스포츠 영화라는 인식이 관객들의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스포츠가 국민적인 관심을 끈 것은 불과 10년밖에 되지않았기 때문에 국내 관객들은 아직까지 스포츠와 영화를 연계해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씨네월드의 이준익 사장은 "스포츠 영화는 주로 선진국에서 선호하는 장르"라면서 "스포츠 경기의 다이내믹함과 스펙터클, 그리고 인간적인 드라마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해당 스포츠에 대한 정교한 지식과 선진화된 기술, 대규모 제작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영화계는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잘 만든 `스포츠 영화'' 한편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큼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건전한'' 장르인 만큼 장려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씨앤필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관객층이 넓어지고 스포츠 스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조만간 스포츠 영화 붐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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