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들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은빛 여우''. 부시 미국 대통령 부자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는 여유로운 모습에 마음씨 좋은 보통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힐러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지녔다. 은빛 여우는 새하얀 머리와 독설 때문에 생긴 바버라의 별명. 그녀는 남편의 권위를 떨어뜨리거나 언론에 가십거리를 흘리는 보좌관들에게는 가차없이 경고를 보낸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보니 앤젤로 지음,이미선 옮김,나무와숲,1만8천9백원)의 증보판에 실린 내용이다. 이 책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성장과 교육,통치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어머니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바버라 여사는 아들 부시가 1989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려 했을 때 대놓고 ''아직 여물지도 않은 주제에…''라며 반대했다. 아들은 ''42년 동안 조언을 주셨지만 사실 제가 받아들인 것은 얼마 안돼요''라며 반발했으나 결국 어머니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차기 주지사 선거(1994년)에 출마해 당선됐다. 부시가 주지사에 당선된 뒤 처음 한 일은 ''어머니의 날''을 제정한 것이었다. 바버라는 아들이 어렸을 때 단어 10개를 외우지 않으면 주말 오후에 친구들과 야구경기를 하러 나가지 못하게 했다. 며느리에게도 "절대 남편의 연설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렇게 엄격한 그녀가 단 한번도 비난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남편이었다. 그녀는 또 아들의 대통령 취임식 때 걸었던 세 줄의 굵은 진주목걸이가 가짜였던 일화에서 보듯 검소하고 소박한 여성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케네디가에 버금가는 가문을 탄생시킨 바버라 부시의 어린 시절과 주부로서의 삶,남모르는 사연들이 소개돼 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의 부인이자 어머니의 명예를 모두 가진 여성은 2대 존 애덤스의 아내였던 애비 게일과 바버라 뿐이다. 저자는 ''두 여성은 강하고 솔직하며 활기찬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가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