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관에 특정작가의 이름을 딴 작품실이 처음으로 생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봄 서소문동 이전에 맞춰 한국화가 천경자(千鏡子ㆍ78)씨의 작품실을 별도로 개설할 예정이다. 70평 규모의 이 작품실에는 작가가 1998년 기증한 93점의 작품이 상설 전시된다.여기에는 1940년대에서 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두루 포함돼 천씨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천경자의 혼''이라는 제목의 이 상설전에는 등이 소개되는데, 그가 붓을 놓기 전에 그린 마지막 작품인 대작 (98년)도 감상할 수 있다. 이중 60여점은 작가가 세계를 돌며 그린 여행 채색화이다. 천씨는 98년 11월 서울시장에게 이들 작품의 기증 의사를 밝힌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뉴욕에서 딸(이혜선ㆍ섬유공예작가)과 함께 사는 그는 400여점의 드로잉을 비롯해 각종 자료도 기증하겠다는 뜻을 이 미술관에 전한 바 있다. 미술관측은 "천씨의 작품실은 그의 예술세계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98년 이후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가 오는 4월개관 때 서울에 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동의 옛 대법원 건물로 오는 4월께 이전할 예정. 이 미술관은 모두 900여평의 전시실과 1천점의 소장품을 갖추게 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 컬렉션처럼 기증자 이름의 상설전시장이 마련된 경우는 있으나 작가 이름으로 작품실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88년 옛 경희궁 터에 전시전용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