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중국 중서부 산시성(陝西省) 도읍인 시안(西安)에서 「모택동자전」(毛澤東自傳)이라는 제목을 붙인 책자 하나가 발견됐다. 겉장에서 마지막까지 총 92쪽짜리 소책자였다. 제목 아래 겉장에는 1937년 11월1일 초판됐으며 같은 달 20일에 재판했음이 표시돼 있다. 발행 장소는 상하이(上海)였다. 이 무렵 상하이는 일본 제국주의 수중에 있었다.이곳에서 모택동 자서전이 발간됐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최근 국내에 「모택동자서전」(다락원)이라는 제목으로 완역된 이 자서전이 독특한 것은 어떤 점에서는 모택동이 직접 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또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에게 ''모택동''에서 떠오르는 두 가지 상징을 꼽으라면 아마도 대장정(大長征)과 미국 저널리스트 에드거 스노가 그 현장을 찾아가 보고 들은 바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중국의 붉은별」(Red Star over China)이 아닌가 싶다. 스노의 책은 1938년 「서행만기」(西行漫記)라는 제목으로 중국어로 번역됐다. 그 체재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모택동이 자기 삶의 역정을 구술하고 스노가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공개된 「모택동자전」은 스노의 중국어 번역본보다 발행시기가 1년 빠르다. 그런데 「중국의 붉은별」이 「서행만기」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기 전 모택동은 스노의 원고를 다시 손질했다. 틀린 곳이나 진의(眞意)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수정했다. 이것이 지난해에 재발견된 「모택동자전」이다. 이 책자가 모택동 자서전이면서도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떻든 아주 짧은 이 책자는 1893년 후난성(湖南省)에서 태어나 자라고 중국 사회주의 혁명에 투신한 과정을 거쳐 1934-1935년 대장정 성공까지 모택동의 일생을 말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붉은별」이 그렇듯이 이 책자 또한 모택동의 사상적 변천과정을 이해하는 데 귀중하다. 한국외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중국연구소 남종호 책임연구원이 옮긴 이번 번역본은 깔끔한 번역 말고도 모택동이 중일전쟁을 논한 글과 그의 부인 하자진(賀子珍)에 대한 이야기 및 에드거 스노의 눈에 비친 모택동 등 3가지 부록은 물론 자서전을영인해 싣고 있어 사료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자서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나 사건 단체 및 간행물에 대한 간략한 사전을 붙인 점이 눈에 특히 띈다. 304쪽. 9천800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