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살짜리 평범한 소년 조나단 레벳. 앳된 얼굴의 이 미성년자가 지난해 월가를 충격과 경이로 몰아넣었다. 1999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야후 파이낸스 게시판을 이용한 주식 예측 평가로 80만달러를 번 것이다. AOL과 E트레이드 계정을 갖고 주식을 사들인 그는 그 주식을 추천하는 수백개의 메시지를 금융게시판에 올린 뒤 주가 차익을 얻었다. 그가 사들인 소기업 주식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약 6만주였지만 메시지를 올린 날에는 1백만주로 치솟았고 그는 간단히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는 곧바로 증권거래위원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조나단은 시장교란 혐의로 고소당했다. 기득권자인 인사이더가 기존의 금융체계를 수호하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웃사이더인 조나단의 승리로 끝났다. 월스트리트 금융체제의 붕괴와 시장정보를 독점했던 증권전문가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신간 '넥스트-마이너들의 반란'(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소영 옮김, 굿모닝미디어, 1만1천원)은 이같은 '아이'들의 놀라운 혁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그동안의 증권금융 체계는 전문가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었다. 아마추어들은 중요한 정보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레벳처럼 정보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게 된 '마이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들 아마추어 분석가들이 오히려 프로들보다 두 배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하자 '메이저'들은 당혹스러웠다. 이 책에 나오는 두번째 사례. 15세의 마커스 아놀드는 수평적 질의응답 구조인 애스크미닷컴(askme.com)에서 온라인 법률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성실하고 명쾌한 답변으로 전문 변호사와 전직 형사들을 제치고 형법 분야에서 최고 등급의 엑스퍼트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가 '쬐끄만 녀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진짜 변호사들은 온갖 협박으로 그를 몰아내려 했다. 이 싸움도 그의 승리로 결정났다. 디지털 뮤직파일인 윈앰프와 그누텔라를 개발해서 음반업계에 일대 소동을 일으킨 열아홉살의 저스틴 프랭클 얘기도 흥미롭다. 사용자끼리의 일대일 컴퓨터방식을 개발한 그는 컴퓨터의 계급 붕괴를 통한 동등 교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이로써 '무료'를 주창하며 '돈벌이와 상관없는 일을 하겠다'는 그누텔라 정신은 '진지한 대안이 붕괴된 후의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미국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같은 혁명을 '팬케이크형 조직'의 탄생이라고 부르며 메이저 위주의 기존 영역으로부터 탈중심화를 가속화하는 추진체라고 평가한다. 그는 중심부의 기존 세력이 주변부의 신진 세력에 의해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는 앞으로의 시나리오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폴 로머 교수의 경제성장 모델론을 인용하며 '우리는 30세가 되기 전에 최고의 수입을 올리다가 그 후에는 은퇴하는 모델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단언한다. 다음 세상의 시장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진짜 마이너인 아이들이라는 말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