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영화"가 몰려온다. 지난해 한국영화계를 "조폭물"이 휩쓸었다면 올해엔 형사물이 주류로 부상할 전망이다. 올 여름까지 상영될 한국영화중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10여편에 달한다. 형사영화는 조폭영화의 액션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선악구도"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조폭영화들이 대부분 코미디와 결합해 "엉뚱한 웃음"을 끌어냈지만 올해 형사영화들은 정통 드라마적 성격이 강하다. 미래의 가상세계를 배경으로한 SF형사영화도 일부 선보일 예정이다. 형사물 러시의 신호탄은 현재 상영중인 '이것이 법이다'(민병천 감독).불 같은 성격의 봉형사(임원희)와 냉철한 지성의 표형사(김민종)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강우석 감독이 3년여만에 내놓는 영화 '공공의 적'(25일 개봉 예정)은 악질 형사(설경구)와 존속살해범(이성재)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작품이다. 강렬한 성격의 캐릭터와 계산된 유머로 '투캅스'의 흥행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게 강 감독의 생각이다. 2월 개봉 예정인 한·일 합작영화 '2009 로스트메모리즈'(감독 이시명)는 2009년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라는 가정 아래 조선인 형사 사카모토(장동건)가 테러 집단을 수사하면서 민족의식을 깨닫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 3월말께 선보일 '예스터데이'(감독 정윤수)는 2020년 통일된 한반도라는 가상의 무대에서 납치극과 연쇄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액션 스릴러다. 특수수사대의 석(김승우)과 매이(김선아)가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 골리앗(최민수)을 쫓으면서 벌이는 액션이 볼거리다. 지진희 염정아가 주연하는 작품 'H'(감독 이종혁),안재욱과 김상중이 출연하는 '비트겐슈타인'(감독 정초신) 등도 액션 형사물들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유지태 이재은 주연의 SF 미스터리 '내츄럴시티'(감독 민병천),개성파 배우 이범수가 열혈 형사역을 맡은 '일단 뛰어!'(감독 조의석),'두사부일체'의 조폭 정준호가 형사로 변신한 심령공포물 '하얀 방'(감독 임창재) 등도 한창 촬영중이다. 영화계에 형사물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제작자들이 조폭 영화나 코미디물의 인기가 시들해질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다 영화계로 유입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형 액션물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우석 감독은 "형사물은 화려한 액션이 볼 만한데다 권선징악이란 주제의 표현이 확실해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특정 장르나 소재에 몰리는 경향은 제작자들이 손쉽게 관객을 끌려는 시도로 우리 영화계가 개선해야 할 점의 하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