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고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올해에도 예정된 연주를 제대로 해내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지난해보다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귀국 독주회(5일 오후 6시,호암아트홀)로 새해를 연다. 이번 독주회 이후엔 파리로 돌아가 유럽순회 연주에 돌입하고 5월께엔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을 돌며 아시아순회 연주를 갖는다. 각 공연마다 연주할 곡목이 달라 준비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고도의 음감,치열한 탐구정신으로 일관해 온 그의 피아노 음악에 대한 팬들의 요구가 갈수록 넓고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독주회는 좀 색다르게 꾸밀 예정입니다. 속삭이는 듯 섬세한 피아니즘으로 아주 조용하게 무대를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레퍼터리는 쇼팽 '녹턴 작품 15-2,27-1' 리스트 '베네치아 & 나폴리' 중 '칸초네' '타란텔라' '곤돌리에라' 포레 '녹턴 작품33-1' '뱃노래 작품26-1' '즉흥곡 작품84-5' '전주곡 작품103-2' '발라드 작품19' 등. 후반부를 장식할 프랑스 낭만파 가브리엘 포레의 음악은 그가 최근 발매한 앨범 '포레 피아노곡집'(데카) 수록곡들이다. 포레는 작품번호 1백21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터리를 남겼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비교적 낮다. 아는 사람들만 아름다운 속살을 즐겼던 포레 음악을 이번에 들려준다. "포레는 하모니가 복잡하고 현대적입니다.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그려냈지요. 슈만의 음악이 급박한 불안감을 드러낸 반면 포레는 놀랄만치 차분하고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는 "포레의 음악은 여성적이란 점에서 쇼팽에 가깝지만 쇼팽보다 한결 깊다"고 덧붙였다. 지난 67년 나움버그콩쿠르 우승,69년 부조니콩쿠르 우승 등으로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백건우는 '전설 속 유령을 되살릴 만큼 우렁찬 천둥소리를 그리면서도 그 안에는 고요와 평온이 깃들어 있다'(뉴욕타임스)는 등의 호평을 얻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로 자리 매김했다. 지난해 일본 연주에서는 '작곡가의 혼이 하늘에서 내려왔다'(음악지 '음악의 벗' 12월호)는 찬사를 받았다. 그가 신년 연주회에서 고국 팬들에게 얼마나 풍성한 새해 선물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02)751-9606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