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매듭짓기 일보 전이다. 지난 시간은 크게 나눠 둘중의 하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해한 나날의 탄탄한 축적, 아니면 끊기고 쪼개져 형해화(形骸化)된 순간의 파편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기억은 지금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는가. 마냥 미소를 머금거나 노여워할 일만은 아니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일지언정 내일은 또다른 위기와 기회의 짧은 순간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차분히 숨을 가다듬고 되짚어 본다. 넘어올 새 시간을 환히 맞기 위한 정지작업, 해넘이와 해맞이의 현장에서라면 버리고 채우는 그 일이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 해넘이 3景] 꽃지해변 충남 태안 안면도의 해넘이 1번지. 안면도에 줄줄이 매달린 이름도 정겨운 14개의 해변중에서도 으뜸인 곳이다. 해당화와 매화가 많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한다. 내년 4월말 열리는 안면도국제꽃박람회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앞바다에 마주보고 솟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명물이다. 그 사이 수평선으로 작은 해가 떨어지고, 너른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여지는 순간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 아름다움은 어느새 가슴속을 텅 비게 만든다. 바로 위 해변인 방포쪽에서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죽죽 뻗어오른 토종소나무가 있는 안면도자연휴양림, 잎이 무성한 여름철에 장관을 이루는 모감주나무군락 등이 있다.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서산의 서산마애삼존불을 빼놓고 올수 없다. 서해안고속도로 전구간개통으로 나들이길이 한결 편해졌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544 선운산 전북 고창 선운산 낙조대에서의 해넘이가 별미. 선운산은 선운사의 봄동백, 초가을 꽃무릇과 단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학혁명 비결록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는 도솔암마애불로도 유명하다. 낙조대는 도솔암마애불에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선운사에서 시작하는 가벼운 평지트레킹과 산행을 겸할수 있어 좋다. 낙조대에는 일부러 다듬어 세워 놓은 듯 쫑긋 솟은 두개의 바위봉우리로 되어 있다. 그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선운산에서 제일로 꼽힌다는 평이다. 아득한 앞쪽으로 펼쳐진 칠산앞바다가 시원스럽다. 두 바위봉우리가 양옆을 감싸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 탁트인 해변에서 보다 더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수 있다. 단둘이 방해받지 않고 즐기는 해넘이포인트로 제격이다. 내려올때 발밑을 주의해야 한다. 고창군청 문화체육과 (063)560-2224 수월봉 수월봉은 제주도 서쪽끝 73m 높이의 작은 봉우리. 제주의 해넘이명소로 가장 먼저 꼽힌다. 정상 수월정에 오르면 제주의 서쪽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북쪽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섬 차귀도의 실루엣이 독특하다. 정상부에 초지가 깔려 있고 나머지는 온통 검은색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차귀도에 걸쳐 빛나는 낙조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즈음에는 해가 남쪽으로 많이 기울기 때문에 수월봉 북쪽의 용수마을 해변에서 해넘이를 하는게 좋다. 지도에는 절부암으로 표기되어 있는 곳이다. 검푸른 바다위의 차귀도와 또렷한 윤곽의 붉은빛 해가 어울려 연출해 내는 낙조가 화려하면서도 엄숙하다. 북제주군청 문화공보실 (064)741-0580 [ 해돋이 3景] 남애항 주문진 북쪽 6km 지점의 작은 포구마을이다. 동해안의 새로운 해맞이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포구에는 긴 방파제와 붉은색 등대가 서 있으며 해안에는 작은 바위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포구 바로 앞의 해송으로 덮인 작은 섬이 풍치를 더해준다. 이들 섬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아침 풍광이 인상적이다. 해맞이를 한 뒤 포구로 돌아오는 고깃배에서 싱싱한 생선을 구해 회를 맛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남애항 위쪽에는 남애해수욕장이 있어 겨울 동해해변의 분위기를 만끽할수 있다. 매호라는 민물석호도 있어 바다낚시는 물론 민물낚시도 동시에 즐길수 있다. 매호에는 천연기념물 229호로 지정된 백로와 왜가리가 살고 있다. 남애항에서 삼척을 지나 용화로 이어지는 7번국도는 아주 멋진 드라이브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251 보리암 경남 남해 상주면 금산 정상부근에 자리한 암자다.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남해의 금강으로도 불린다. 원래는 원효대사가 지은 사찰 보광사가 있어 보광산이라고 했다. 이성계가 이 산에서 기도하면서 임금이 되면 산 전체에 비단을 둘러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임금이 된 뒤 '비단 금'자를 내려 금산이 되었다고 한다. 보리암에선 푸른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의 해맞이는 금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만하다. 보리암을 지나 정상 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더욱 탁 트여 연초 해맞이객들로 붐빈다. 보리암 아래까지 차로 올라갈수 있다. 산행을 겸하려면 살주해수욕장쪽에서 오른다. 금산38경중 제1경인 쌍홍문과 일월암, 좌선대 등의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4-3101 추암해변 동해시 북평동 추암리에 추암해수욕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굴다리 밑을 지나면 갑자기 나타나는 해수욕장이다. 흰 모래사장과 양옆의 바위들이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 돋보이는게 촛대바위(추암)다.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선상 앞바다에 꼿꼿한 촛대바위의 기세가 참으로 당당하다. 아침해가 떠올라 촛대바위 끝에 걸치면 불을 댕긴 거대한 촛대 같이 찬란한 빛을 발한다. 바로 애국가 영상의 해돋이 장면이다.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들도 시선을 끈다. 일기가 좋지 않아 해맞이를 하지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찾아볼만 하다. 바다를 정원으로 삼아 지은 해암정이란 정자가 있다. 인근 두타산무릉계곡의 트레킹을 겸한다면 더이상 보탤게 없겠다. 동해시청 관광개발과 (033)530-2227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