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계에 '조폭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캅스 열풍'이 밀려온다.

현재 개봉 대기중인 한국영화의 라인 업을 보면 신년 벽두부터 여름까지 굵직굵직한 형사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래 전부터 경찰은 미스터리와 액션 장르의 단골 주연으로 등장해왔지만 이처럼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흥행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예년에 없던일이어서 극장가에 새로운 신드롬을 낳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것이 법이다」(감독 민병진)는 21일 미리 도화선에 불을 댕긴 뒤 그 열기를내년 초로 이어간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다혈질 봉형사(임원희)와 냉철한 표형사(김민종)가 사회악을 응징한다는 명분 아래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정체불명의 살인집단을 추적한다는 이야기. 액션과 스릴러에 코미디와 멜로까지 버무려놓아 볼 만한 장면이 많다.

충무로 최고 실력자 강우석이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공공의 적」은 1월 25일 간판을 내건다.

무자비한 악질형사(설경구)가 사회악의 화신인 살인범(이성재)과 한판 승부를벌인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계산된 유머와 스피디한 장면 전환이 돋보인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어 「투캅스」 1ㆍ2편의 흥행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보다 1∼2주일 뒤에는 한일합작으로 만들어진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감독이시명)가 바통을 이어받을 계획이다. 2009년 한반도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라는가정 아래 조선인 형사 사카모토(장동건)가 `후레이센진(不逞鮮人)'으로 불리는 테러집단을 수사하면서 민족의식을 깨닫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3월 말께 선을 보일 「예스터데이」(감독 정윤수)도 2020년 통일된 한반도라는가상의 무대에서 납치극과 연쇄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액션 스릴러. 특수수사대의 석(김승우)과 매이(김선아)가 범죄집단의 우두머리 골리앗(최민수)을 쫓는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어 톡톡한 홍보효과를 거둔 스릴러물 「H」(감독 이종혁)와 한국 최초의 패러디 무비를 표방하는 「재밌는 영화」(감독 장규성)는 각각 지진희-염정아와 서태화-김원희 커플을 내세운 남녀 버디 형사물. 이에 반해 「비트겐슈타인」(감독 정초신)은 정통 버디무비답게 안재욱과 김상중 콤비를 등장시킨다.

이밖에 유지태-이재은 주연의 SF 미스터리 「내츄럴시티」(감독 민병천), 개성파 배우 이범수가 열혈 신참형사 역을 맡은 「일단 뛰어!」(감독 조의석), 한반도통일 후를 배경으로 삼은 첩보물 「천사일(1004-1)」(감독 김두영), 조폭 두목 정준호의 형사 변신이 기대되는 심령공포물 「하얀 방」(감독 임창재) 등도 내년 봄과여름을 겨냥해 한창 촬영중이다.

이러한 형사물 열풍은 제작자들이 깡패영화나 코미디물의 인기가 시들해질 때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충무로에 자금이 몰려들면서 지금까지 엄두를내지 못했던 대규모 예산의 액션물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특정 장르나 소재가 유행을 타는 것은 사회 분위기와 맞물린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제작자나 감독들이 여기에 편승해 손쉽게 관객의 눈길을 끌려는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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