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 문명이 다른 문명권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흡사한 달력을 사용했으며 페니키아 문자에 영향을 주어 그리스어 알파벳을 발전시켰다. 이집트 신화는 그리스 신화보다 연대적으로 1500년 이상 앞서며 그리스 신화는 대부분 이집트 신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그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에는 오늘날 기독교 신앙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영생과 부활, 물에 의한 세례, 십자가, 유일신 등의 개념이 존재했는데, 이런 것들이 이집트에서 꽤 오랜 기간 생활한 모세와 예수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앙, 철학, 생활상이 그려져 있는 벽화의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연구 성과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이런 점에서 도서출판 해바라기에서 펴낸 「벽화로 보는 이집트 신화」는 불모의 땅에 단비가 내린 것과 같다. 이 책은 50점의 이집트 고분 벽화를 통해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 등 보편적 원리들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벽화 안에 숨겨진 신들의 이야기와 그 신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파헤쳐보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신화와 함께 제시되는 50점의 벽화는 이집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 혹은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킬 듯하다. 저자 멜리사 리틀필드 애플게이트는 1999년부터 우주론 혹은 우주의 창조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관점을 정확히 나타내는 고대의 그림을 연구해 왔으며 이집트와 티베트 신비주의에 대한 강연자로 활동중이다. 240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